[삶-특집] "한국 군사력 세계 5위라는데…핵무장한 북한에 상대 안된다"

"핵무기 앞에서 재래식 무기들은 무기도 아니다"

"한국 GDP 북한의 60배이지만 아직 뉴욕주 수준"

"궁극적으로 남북통일 이뤄야"…[삶] 인터뷰이들

북한, 탄도미사일 집속탄두 시험발사 모습
북한의 조선중앙TV는 2026년 4월 20일 보도에서 "미사일총국은 지난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관한 가운데 개량된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라'형 전투부(탄두) 위력 평가를 위한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집속탄은 하나의 탄두 안에 여러 개의 자탄을 갖고 있는 형태의 폭탄을 말한다. 목표물의 상공에서 터지면 여러 개의 자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진은 조선중앙TV 화면]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6.25전쟁이 일어난 지 76년이 됐다.

그 당시 한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북한에 열세였고, 미군과 UN군의 도움 없이는 북한의 공격을 버텨내기 어려웠다.

76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한국의 경제력은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북한의 50∼60배에 달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북한의 30배나 된다.

[삶] 인터뷰이들은 한국의 자유 시장경제 시스템이 창의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렸다고 했다.

그렇지만 한국의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약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국은 재래식 무기에서 북한보다 우세하지만,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아서 이미 핵무장에 성공한 북한의 상대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군사력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궁극적으로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다음은 2022년 9월 시작한 [삶] 인터뷰의 송고 내용 가운데 안보와 경제력에 대한 부분만 별도로 발췌해 묶은 것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진성철 기자 촬영]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한국핵안보전략포럼 대표)

-- 재래식 무기에서는 남한이 북한을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 각국의 군사력을 측정하는 비정부 기구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5위라고 한다. 1위는 미국이고 러시아, 중국, 인도가 2∼4위를 차지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재래식 무기만으로 군사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핵무기 능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핵무기 강국으로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이 있고 그다음으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있다. 재래식과 핵무기를 합한 군사력으로는 북한이 세계에서 8∼9위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한다.

-- 북한의 종합군사력은 남한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 남한의 100배, 1000배 이상이라고 본다. 남한의 재래식 무기는 북한의 핵무기 앞에서는 무기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핵폭탄 2개를 맞고는 곧바로 항복하지 않았는가. 남한이 자랑하는 현무 미사일은 1천기 정도는 있어야 북한의 전술핵무기 1기 정도의 위력을 갖는다. 한마디로 비교 불가다.

--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어느 정도로 추산하나.

▲ 현재 90∼100기 정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러시아가 5천800여기, 미국 5천200여기, 중국 400여기, 프랑스 290여기, 영국 220여기, 파키스탄 170여기, 인도 160여기, 이스라엘 90여기다. 북한은 2030년까지 200∼300기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영국, 프랑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싱크탱크들은 북한이 핵탄두 300∼500기를 목표로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한다. 미국 본토와 일본, 한국에 동시 발사하려면 그 정도의 핵탄두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 구축함, 미사일 발사
북한 중앙조선통신은 2026년 4월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취역을 앞둔 5천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에서 진행된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사진]

-- 북한이 남한을 향해 핵무기를 쏘는 상황이 있을까.

▲ 상당수 사람은 "북한이 미치지 않았다면 남한을 향해 핵무기를 발사할 리 없다"고 말한다. 핵무기를 사용하면 북한 정권 붕괴를 초래하므로 그럴 가능성이 제로라고 한다. 그러나 남한군과 북한군 간의 국지전이 핵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

-- 국지전이 어떻게 핵전쟁으로 갈 수 있나.

▲ 예를 들어 이럴 수 있다. 서해 NLL(북방한계선) 부근에서 과거의 연평해전처럼 남북한 해군이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재래식 무기로 싸움이 붙으면 북한 해군은 남한 해군을 이길 수 없다. 북한은 백전백패다. 남한 해군은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컴퓨터에 의한 자동 조준으로 포를 발사해 적선을 명중시킨다. 북한 해군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 수동으로 조준해야 하니 완패할 수밖에 없다. 그 경우 북한군 지휘관이 전술핵무기로 보복하자고 건의하면 김정은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휴전선에서도 군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북한은 재래식 무기에서 남한과 상대가 되지 않으니 전술핵무기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 북한이 핵 공격을 한다면 서울이 아닌 지방 소도시가 1차 타깃이 되나.

▲ 서울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대사관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대사관들이 많이 있다. 그러니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을 공격 대상으로 검토할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협박 카드로 사용하려면 서울보다는 지방 소도시가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쿄가 아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터트리고는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해안은 중국에 가까우니 남한의 동해 쪽 지방 소도시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북한이 처음에 공개한 김정은 주재의 핵 운용 작전회의 사진을 보면 남한의 동해 쪽 지도를 걸어놓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북한이 일부러 그 지도를 걸어놓은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진우 박사
[윤동진 기자 촬영]

◇ 김진우 전 미국 국무부 분석관

-- 북한이 전면적으로 공격해오면 한국은 독자적으로 버틸 수 있다고 보나.

▲ 6.25 전쟁 같은 전면전이 일어나면 한국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한국의 재래식 무기가 북한보다 우수하다고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어리석다기보다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다. 핵무기가 무엇인지, 전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현실 감각조차 없다는 뜻이다.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는 한국의 군사력이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5위라고 했고, 북한은 31위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핵무기를 빼고 재래식 무기만으로 군사력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탄두 개수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은 10기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20기라고 한다. 30기 또는 50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실전에서 5기만 사용해도 한국은 북한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나는 서강대 국제대학원 종강 전 마지막 수업에서는 워게임(Wargame)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어떤 워게임 중에 핵폭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누크맵(Nuke map)'을 적용했더니 서강대에 대형 핵폭탄 1개가 떨어지면 300만명가량이 죽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 재래식 무기가 아무리 우수해도 핵무기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인가.

▲ 각국이 핵무기를 가지려는 것은 그만큼 안보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몇십년 동안 주민들이 굶어 죽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핵무기를 만들었다.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도 돈이 없었던 문화 혁명 시기였다. 소련도 국민이 굶어 죽을 때 핵무기 제조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는 경제를 희생하면서 핵 개발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 경제력에서는 한국이 북한을 압도하는데.

▲ 한국이 많이 발전했고, 한류 문화도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파워를 너무 과신하면 안 된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는 미국 뉴욕주 정도에 불과하다. 독일은 텍사스주, 일본은 캘리포니아주 정도의 경제 규모다. 미국은 내년에 1조5천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할 것이다. 이는 세계 2위부터 34위 국가 군사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초강대국을 넘어선 수준이다. 나는 한국이 지금보다 훨씬 잘 살고 매우 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더욱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한류 스타, 한류 문화가 한국에 대한 글로벌 인식을 높이고 있지만, 나라를 지켜주지는 못한다.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하드파워(군사력, 경제력)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2004년 원자력연구소장 당시의 장인순 박사
[연합뉴스 사진]

◇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소장

-- 북한과 남하의 경제력 차이가 60배에 달한다고 하는데.

▲ 과거에는 한국도 굶주렸다. 나도 어렸을 때 항상 배가 고팠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자유가 있었다.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니 배가 고파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했고, 쉬지 않고 일했다. 그게 북한과 다른 점이다. 나는 먹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자유라고 생각한다.

-- 자유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과거 동독도 아무런 예고 없이 무너졌다. 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한 달 정도 돼서 동베를린에 들어간 적이 있다.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비교하면 천국과 지옥이었다. 똑같은 독일 국민인데, 어떻게 이 정도로 차이가 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체코에도 갔는데, 그 나라의 현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나라 국민이 얼마나 우수한 민족이었나. 헝가리, 폴란드도 마찬가지다. 모두 우수한 민족이었지만 공산주의를 하다 보니 경제 사정이 어려워졌다.

-- 한국과 북한의 전력 생산력 차이도 많이 난다고 하는데.

▲ 해방 후 북한은 한국보다 경제 여건이 좋았다. 발전소가 모두 북한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발전량은 한국의 4.4%에 불과하다. 북한은 하루에 1∼2시간밖에 전기를 공급하지 못한다. 기차도 출력이 약해서 높은 곳에는 잘 올라가지 못한다

-- 북한에 가본 적이 있나.

▲ 1995년부터 시작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 건설 사업 때문에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속초에서 배를 타고 함경남도 신포항에 도착한 뒤 KEDO에 갔다. 신포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차창 밖의 모습을 봤는데, 가슴이 매우 아팠다. 집 창문에는 유리가 하나도 없었다. 거의 모두가 비닐로 돼 있었다. 한국의 1960년대 모습이었다. 그때 다시는 북한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후 평양에 갈 기회도 있었는데 가지 않았다. 여행이라는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쌍하게 사는 우리 동족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란코프 교수
[윤근영 기자 촬영]

◇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옛 소련의 레닌그라드 대학교 386 학생운동권 출신)

-- 사회주의 경제는 왜 쇠퇴했다고 보나.

▲ 무엇보다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기업 경영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고용할 수도 없고, 해고할 수도 없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에게 제대로 인센티브를 주기도 어렵다. 경영자들의 자세도 문제였다. 그들은 상품의 품질 수준을 끌어올릴 이유가 없었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품질 개선에 도전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였다. 자칫하면 그런 시도를 하다가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문책받는다. 그러니 바보가 아닌 바에야 어떤 경영자와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 계획경제란 것은 현실경제에서 실현 불가능한가.

▲ 초기 공산주의자들은 중앙정부가 모든 통계를 수집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화장지, 치약, 유리병, 주전자 등 수십만개 상품의 수요를 어떻게 파악하고 공급한단 말인가. 생산된 물건을 분배하는 것은 더 문제다. 어떤 동네 상점에는 맛있는 통조림이 있는데, 인접한 다른 지역에는 없는 경우가 꽤 있었다. 나는 학생 때 어머니와 여행을 많이 하다 보니 이런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배는 수요 계산보다 더 어렵다. 생산자들은 생산만 하면 됐고, 상품 판매에 관심이 없으니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일이 생겼다.

-- 소련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 후 초창기에는 빠른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루지 않았나.

▲ 1930년대 초부터 1950년대까지 그러했다. 국가가 노동력이라는 자원을 동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련 정부는 먼저 협동 농장화를 통해 농민들이 낮은 임금으로 일하도록 했다. 이렇게 생산한 곡식을 수출하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에서 공업시설들을 사 왔다. 농민들 일부는 공장 노동자, 건설 노동자로 동원됐다. 당국은 이들이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식량을 제공했다. 이런 방식으로 소련은 일시적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이런 쇠퇴 현상은 북한에서도 나타났다. 북한 사회주의 경제도 초기에는 괜찮았지만 1960년대 말부터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사회주의 경제가 지속적 성장을 못 하는 이유는.

▲ 추가로 동원할 자원, 즉 노동력이 계속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력 투입단계 이후에는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사회주의 경제는 그게 잘 안된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홍신 작가
[연합뉴스 사진]

◇ 밀리언셀러 '인간시장' 작가 김홍신

-- 남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 가능하면 빨리 통일이 와야 한다. 민족이 갈라진 상태에서 100년이 넘으면 민족의 정기가 달라지고 식생활, 문화도 바뀐다.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 언어도 변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통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한 민족이 100년 이상 갈라져 있다가 통일이 되는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통일을 이루려면 정치인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통일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 한국 주변의 나라들이 남북통일을 원할까,

▲ 현재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 모두가 남북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통일 한국이 자신들의 안보 전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이 되려면 국제 정세가 변해야 하고, 북한 주민들도 바뀌어야 한다.

-- 경제력도 통일에 중요한 변수인가.

▲ 지금도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 차이가 크다. 핵을 제외한 무기 체계에서 한국과 북한은 99대 1이라는 전문가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훨씬 강한 경제 대국이 된다면 통일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고 본다. 경제 대국이 되면 우리가 북한을 도울 수 있고, 외교 강대국이 될 수 있기에 국제사회에서 협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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