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입양제도 '국가책임제'…건강·직업 등 종합심사해 법원이 허용
나이 상한 폐지돼 고령자도 입양 가능…최근 1년간 60대 부부 입양 사례는 없어
"미혼부모라고 더 높은 조건 요구 안해"…"아동의 최선 이익이 최우선 원칙"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최근 온라인에서 60대 부부가 3살 여아를 입양하려고 한다면서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자신을 (입양 전) 위탁 가정 구성원이라고 소개한 이 글은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60대 부부가 기존에 입양한 장애아에 이어 3살 여아를 입양하려고 한다며 뭔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작성자는 해당 글이 '허위'라며 사과했다. 그러나 이미 이 글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며 양부모의 나이 등 입양 조건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갔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입양 제도와 양부모의 조건 등을 살펴봤다.

[보건복지부 공식 블로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지난해 7월부터 입양제도 대변화…국가가 전 과정 책임
'정인이 사건', '화성 입양아 학대 살해 사건' 등이 반복해 벌어지면서 입양은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무자격 입양 등 민간 중심의 입양 체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입양 전 과정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공적 입양체계가 도입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19일자로 과거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던 입양 절차 전반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소관으로 전환됐다.
여기에는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공적 입양체계 도입에 따라 보호대상아동을 기준으로 입양을 희망하는 부모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국가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 신청을 해야 한다.
또 관련법이 제·개정돼 양부모가 되려면 '국내입양특별법' 제18조, '국내입양특별법 시행규칙' 제12조 등에 따라 연령, 범죄경력, 환경, 건강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 만 25세 이상이며 ▲ 양자가 될 아동의 복리에 반하거나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직업에 종사해선 안 되고 ▲ 아동학대·가정폭력·성폭력·마약 관련 등의 범죄 경력이 없어야 한다.
경제적·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양육과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요건도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기본 교육과 가정환경 조사 절차도 진행한다.
입양을 신청하면 복지부 위탁 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가 예비 양부모의 가정과 직장, 이웃 등을 두 차례 이상 방문해 조사한다.
이후 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 아동과 예비 양부모 간의 결연이 이뤄진다.
결연 후 법원이 최종 입양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아동과 예비 양부모 간의 조기 애착 형성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이 허가 전이라도 임시 양육을 결정할 수 있다.
임시 양육 중에도 입양 전 아동의 후견인 역할을 수행하는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이 아동의 적응 상태, 발달 상황, 양육 환경 등을 분기마다 점검한다. 이때 아동 학대 등 부적절한 상황이 있으면 입양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은 "공적 입양체계는 아동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 원칙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60세 이상도 입양 가능…"양육능력 충분하면 가능하나 실제 사례는 없어"
입양 부모의 나이는 만 25세 이상이면 제한이 없다.
과거에는 '25세 이상이며 양자가 될 사람과의 나이 차가 60세 이내'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공적 입양체계 개편과 함께 관련법이 제·개정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나이 차가 60세 이내'여야 한다는 부분이 삭제됐다.
고령이어도 양육 능력만 충분하면 입양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번에 논란이 된 글 내용처럼 60대 부부가 입양한 사례는 없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입양정책팀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봤으나 작년 7월 공적 입양체계로 전환한 이후 아동이 60대 부모에게 결연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도 연합뉴스의 질의에 게시글에서 언급된 것과 일치하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글을 두고 온라인상에선 나이 많은 양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보이며 앞서 입양한 3살 터울의 장애 아동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공적 입양체계 아래에서는 입양 심사가 더 까다로워져 이런 조건의 양부모가 심사를 통과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복지부와 국가아동권리보장원은 공통으로 "예비 양부모에게 친자녀나 입양 자녀가 있다면 장애·질병 여부, 연령차 등도 총체적으로 확인해 심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논란이 된 글과 관련, 예비 양부모의 경제적 능력을 볼 때 통장 잔고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돈을 빌려 일시적으로 통장 잔고액을 늘리는 방법을 쓸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관계 기관은 설명했다.
특정 시점의 재산 규모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단순히 통장 잔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업은 어떤지, 양육 환경은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면서 "최소 2회의 방문 조사 추가로 대면 조사도 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 (전반적인 양육 환경이)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입양 경험자도 관련 절차가 까다로웠다고 말한다.
입양 제도가 바뀌기 전인 2023년 입양한 오모(43) 씨는 "민간 단체를 통해 입양했는데도 '정인이 사건' 이후 심사가 매우 까다로워지면서 통장 비밀번호를 제외한 모든 개인 정보를 다 들여다본다고 느낄 정도였다. 심지어 집 조명 조도에 대한 지적이 있어 조명을 바꾼 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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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택 노리고 입양?…"일반 가정에 비해 월 20만원 더 받아"
허위로 드러난 '60대 부부' 사례가 논란이 됐을 때 일각에서는 입양 시 발생하는 경제적 혜택 등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입양 가정에 한정된 정부의 지원금은 크지 않다.
현재 아동수당법에 따라 2세 미만 아동을 둔 가정에는 월 50만~100만원의 부모 급여(영아 수당)가 지급된다. 또한 9세 미만 아동이 있는 모든 가정에는 지역에 따라 월 10만~13만원이 지급된다. 이는 입양 여부와 무관하게 자녀가 있는 가정에 지원되는 돈이다.
여기에 더해 입양가정에는 일회성 입양축하금 200만원과 만 18세 전까지 월 20만원의 입양아동 양육수당이 지급된다.
장애아동의 경우 양육보조금(장애 정도가 심한 경우 월 72만1천원, 심하지 않은 경우 등 월 63만4천원) 및 의료비(연 260만원 한도)가 지원된다.
3년 전 입양한 오모 씨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입양아동 양육수당) 월 20만원이 더 나온다는 건데 이걸 바라보고 입양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논란이 된 온라인 글의 댓글에는 1인 가구가 입양할 경우 '자가 아파트가 30평대 이상이어야 하며 재산 20억원 이상·준 전문직 이상이어야 허가가 날까 말까 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즉, 미혼자가 입양하려면 기혼자보다 더 조건이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주장인데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관계 기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은 "미혼이라는 이유로 기혼보다 높은 소득이나 자격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아동을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자원과 환경, 양육 능력을 갖췄는지를 심의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미혼 부모의 입양 의지는 어떤지, 어떠한 양육 계획이 있는지, 일관성 있는 양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계획을 들여다본다"면서 "진심으로 아이를 양육할 준비를 갖췄는지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허위 글에 쏠린 관심에 관계자들 우려…"부정적 인식 여전"
해당 글이 화제를 모으며 논란이 확산하자 글쓴이는 다시 글을 올려 허위 내용이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커뮤니티에 이 글이 공유되며 아를 사실처럼 알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다.
입양 관계자들은 이런 근거 없는 이야기가 입양 활성화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양 부모가 나이가 많다거나 여러 아동을 입양했다는 것만으로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처럼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논란이 된 원글에는 "입양하면 아파트 분양권을 우선순위로 주는 것도 있어서 그런 식으로 입양하다 방임해서 죽인 사건도 있다", "나이 먹고 돈 없으면 애 한두명 입양해서 돈 받고 살면 되는 거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국장은 "(입양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단번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도 이런 글이 퍼졌다는 것은 글 내용이 타당성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입양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댓글에 언급된 내용들은 입양 관련 글에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것들이라며 "요즘 공개입양이 많이 이뤄지고 입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입양 관련 기관의 한 관계자도 "여러 면에서 너무 이상한 내용인데도 이렇게 조회수가 높고 댓글이 많이 붙었다는 자체가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여전히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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