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MR 동맹’에 날개 단 K-변압기 3사, 탑티어 추월 ‘정조준’

(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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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와 글로벌 변압기 부품 세계 1위 업체 독일 라인하우젠(MR)의 기술·공급망 협력이 구체화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의 글로벌 입지 확대와 선두 기업들과의 경쟁 구도 변화에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전이 독일 MR로부터 핵심 부품을 우선 공급받기로 확약함에 따라 국내 초고압 변압기 제조사들은 핵심 자재를 안정적으로 조기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이는 제품 제작 및 납기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글로벌 입찰 시장에서 강력한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16일 전력산업계 등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MR의 글로벌 전력 플랫폼(TESSA 2.0)에 한전의 독자 인공지능(AI) 고장 진단 기술을 결합하는 시스템 연동 작업에 나섰다.

양사는 이번 기술 연동 및 시스템 최적화가 완료되는 대로 제품 상용화에 나서는 한편, 계약 조건에 따라 국내 전력 인프라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최우선 조달하기로 했다. 

한전 입장에서는 단일 소프트웨어의 해외 기술 이전 사례 중 자사 역대 최대 규모인 134만달러(약 2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변압기 핵심 부품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MR의 유통망을 통해 독자적인 예방진단 기술을 전 세계에 확산시킬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와 더불어 양측은 국내 전력 인프라에 필요한 핵심 부품 공급 스케줄을 조율하는 등 후속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랜 기간 전 세계 대형 전력망에 변압기 등 전력 설비를 공급해 온 독일 지멘스(Siemens)와 미국 GE 버노바(GE Vernova), 스위스 히타치 에너지(Hitachi Energy) 등은 제품 설계부터 실시간 고장 예측 AI 소프트웨어까지 패키지로 독점 공급하며 프리미엄 시장의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그러나 이번 한전과 MR의 기술·공급망 협력으로 인해 하드웨어와 자산관리 소프트웨어를 묶어 시장을 장악해 온 이들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독점 생태계도 거센 추격을 피할 수 없게 된 양상이다. 

국내 주요 3사는 이번 협력으로 해외 입찰 경쟁에서 시간과 기술적 이점을 누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해외 전력청 입찰에 참여할 때마다 국산 장비와 외산 소프트웨어 간의 호환성을 복잡한 검증 절차를 거쳐 일일이 증명해야 했으나, 향후 MR의 글로벌 플랫폼에 한전 AI가 탑재 완료되면 추가 테스트 없이 기술 신뢰성을 즉석에서 공인받을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국내 주요 초고압 변압기 제조사를 중심으로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 물량을 확보해 둔 상태인 만큼, 이번 공급망 안정화를 통해 업계의 기자재 수급 지연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 라인 가동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술 이전 계약 체결식에서 여근택 한국전력 송변전운영처장(왼쪽 둘째)과 윌프리드 브로이어 MR CEO(왼쪽 셋째)가 계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MR 제공)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술 이전 계약 체결식에서 여근택 한국전력 송변전운영처장(왼쪽 둘째)과 윌프리드 브로이어 MR CEO(왼쪽 셋째)가 계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MR 제공)

우선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대형 변압기 수주 잔고를 보유한 HD현대일렉트릭은 부품 대란을 조기에 해결하며 밀려 있는 제품의 생산 라인 가동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과 중동 시장 공략에 특히 공을 들여온 효성중공업은 자재 수급 안정화와 함께, 표준화되는 한전의 AI 고장 진단 기술을 결합해 해외 디지털 전력 시장 개척의 전선을 넓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대형 변압기보다는 공장이나 상업 건물 등에 전기를 나누어 공급하는 배전 기기가 주력인 LS일렉트릭은 이번 부품 확보에 따른 직접적인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한전 기술의 글로벌 위상 제고로 해외 시장 내 브랜드 신뢰도가 동반 상승할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 호환성 확대는 국내 3사의 글로벌 수주 전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반응이 많다. 

하지만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할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분위기다. 

위기감을 느낀 지멘스나 GE 버노바 등 기존 강자들이 다른 부품사와 연합전선을 구축해 기술 추격에 나서거나, 자국 전력망 안보 규제를 강화해 한국 기술의 침투를 제도적으로 방어하려는 ‘역공 시나리오’는 부정적 변수이자 향후 풀어야 할 숙제로 거론된다. 

국내 전력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이 자체 시스템을 기반으로 글로벌 무대에 핵심 표준 기술을 수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부품 공급망 안정과 AI 기술 결합으로 국내 전력기기 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전력기기 업체의 영토 확장과 AI 기술 융합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경우, 기존 강자들의 로비로 미국·유럽 정부가 규제 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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