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월드컵 개최 도시 맞아?”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예상치 못한 정전이 연이틀 발생하자 현장에서는 황당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밤마다 쏟아지는 집중호우는 월드컵 네 경기를 치르는 도시,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사포판을 마비시켰다.
과달라하라 날씨는 말 그대로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끝난 11일(이하 현지시각) 밤, 폭우가 내려 기자들이 묵고 있는 숙소에 정전이 났다. 낙뢰로 나무와 전봇대가 쓰러졌는데, 비상 발전 시스템이 미비한 탓에 전기는 이튿날인 12일 오후에야 복구됐다.
해프닝으로 넘어갈 것 같았던 정전 사태는 12일 밤 또 한 번 터졌고, 13일 오후 2시께야 겨우 복구됐다. 역시 폭우와 낙뢰가 원인이었다. 카메라와 노트북, 휴대폰 충전조차 할 수 없게 된 기자들은 결국 다른 구역의 숙소로 짐을 옮겼다. 다행히 기자단 숙소에서 도보로 1.3㎞ 떨어진 대표팀 숙소는 침수나 정전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낙뢰가 칠 때마다 족히 수십 년은 된 듯한 나무들이 쓰러졌고, 도시 곳곳이 침수됐다. 과달라하라 광역권 통합 침수 지도에 따르면 침수 취약 지역이 239곳에 달한다. 광장의 팬 페스티벌 현장에서는 미국과 파라과이의 조별리그 경기가 기상 악화로 송출 도중 중단되기도 했다. 14일에도 과달라하라에는 내내 비가 내렸다. 전날 가족과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대표팀은 이날 빗줄기 속에서 멕시코전에 대비한 본격 훈련에 돌입했다.
이제 관심사는 밤마다 되풀이되는 천둥·번개, 그리고 폭우가 대표팀을 겨냥하느냐다. 체코전이 열린 11일 오후 8시에도 애초 폭우가 예보돼 있었지만 다행히 경기 내내 비는 내리지 않았다. 비는 경기가 끝난 뒤에야 쏟아졌다. 문제는 멕시코전이 열리는 18일 오후 7시(한국시각 19일 오전 10시)다. 경기까지 나흘이 남아 정확한 예보는 알 수 없지만, 비 소식이 예고돼 있다.
홍명보호는 2차전 고지대(해발 1571m)는 물론, 혹시 모를 수중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축구에서 비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경기 양상을 바꾸는 변수가 된다. 비가 내려 공과 잔디 사이에 물이 생기면 마찰력이 줄어 공 속도가 유지된다. 공이 빗물 위에서 빠르게 이동하면 물 표면의 점성이 커지면서 공이 떠가듯 움직이는 현상도 일어난다. 공 컨트롤이 어려워 패스가 힘들어지고, 젖은 유니폼이 몸에 달라붙어 체력 소모도 평소보다 훨씬 커진다. 이는 누구보다 선수들이 더 잘 알 것이다.

홍명보 감독도 이미 이곳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그는 과달라하라에 입성한 직후인 7일 기자회견에서 “예보를 보니 오후마다 매번 비 소식이 있더라. 실제로 어제저녁에도 이곳에 비가 많이 내렸다”고 말했다. 날씨에 따라 훈련 일정을 바꾸는 유연한 대응도 예고했다. “앞으로 선수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컨디션을 점검한 뒤, 오전과 오후 중 어느 시간대에 훈련을 진행할지 유연하게 결정하겠다”고 했다. 실제 대표팀은 비 예보를 피해 오전에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과달라하라 경기장은 첨단 하이브리드 잔디와 배수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폭우에도 잔디가 잘 파이지 않고 배수가 잘된다고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일반적인 강우 상황에서는 경기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결국 고지대 적응에 이어 수중전까지. 홍명보호에게 과달라하라의 하늘은 여전히 큰 변수다.
과달라하라·사포판/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