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물 다 읽고 나와”“거창한 공약보다 소통”…유모차 부부도, 백발 어르신도 투표소로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3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도선동 제4투표소에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남지현 기자

“선거공보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고 왔어요.”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신월초등학교 앞 투표소를 찾은 강나루(23)씨는 “선거공보물을 보다가 구를 위한 구체적인 공약을 정리한 후보를 발견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시내 투표소들은 강씨처럼 공약을 꼼꼼히 살핀 청년부터 ‘지역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지팡이를 짚고 발걸음을 재촉한 백발 어르신까지, 이른 아침부터 다양한 연령대의 발길로 붐볐다.

현직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이른바 ‘공천헌금’ 의혹으로 떠들썩했던 서울 강서구 제1선거구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 화곡동 주민인 직장인 손용현(32)씨는 “(공천헌금 의혹) 뉴스로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지방선거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화곡동에서 50년을 거주했다는 임아무개(73)씨는 “(공천헌금 의혹으로) 강서구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 불만이 많았다”며 “매번 같은 정당을 뽑아서 지역 발전이 안 되는 것 같다. 표를 행사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성동구청장을 지낸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정치적 거점인 성동구에서는 표심이 ‘행정의 디테일’에 주목하고 있었다. 왕십리도선동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성동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선택하는 절묘한 ‘교차 투표’가 대거 일어났던 지역이다.

왕십리 뉴타운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있는 왕십리도선동 제4투표소에서는 다른 곳보다 유모차를 동반한 젊은 부부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30대 여성 유권자인 ㄱ씨는 “거창한 공약보다 실제로 일을 수행할 때 주민과 소통하고 진행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박찬희 기자

지난 대선에서 사전투표용지 무단 반출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서대문구 신촌동 제3투표소에서는 이날 지난 선거 당시 투표소를 에워쌌던 ‘부정선거방지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투표사무원들이 신분증과 투표 용지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가운데, 주소를 오인한 일부 유권자가 안내를 받아 투표소에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과거 개표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는 취업준비생 최아무개(27)씨는 일각에서 집요하게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에 고개를 저었다. 최씨는 “직접 개표 과정을 4차, 5차까지 꼼꼼하게 검증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시스템상 부정선거는 불가능하다”며 “투표함 봉인 스티커에 정당 관계자가 엉뚱한 도장을 찍으려다 제지당하는 등, 개표 과정 자체보다는 투표소 현장에서 꼬투리를 잡으려는 시도는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본인을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정아무개(76)씨는 “이렇게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데 (부정선거가) 가능하겠냐”라며 “소소한 실수라도 부정선거라고 매도당할 수 있기 때문에 오해 살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체 유권자 4464만9908명 가운데 490만8603명이 참여해 11.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날 본투표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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