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잔액 ‘환불 러시’ 첫날…“소비 끊어서 기업에 경각심 줘야”

1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연합뉴스

직장인 손아무개(34)씨는 아침 출근길에 부랴부랴 스타벅스 모바일 앱을 켰다. 충전식 선불카드에 충전해 뒀던 10만원가량을 현금으로 환불받기 위해서였다. 손씨는 “환불 시작 첫날에 요구가 몰려야 스타벅스와 신세계그룹이 ‘탱크 데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 같아 서둘렀다”며 “환불이 완료되면 바로 온라인 회원 탈퇴까지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빚은 스타벅스가 1일부터 2주간 충전식 선불카드 환급 기준을 완화하면서, 소비자들의 환불 행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스타벅스 카드에 충전된 금액에 대해 조건 없이 전액 환불 조치를 시행한다. 원래는 최종 충전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남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거세게 이어지자 한시적으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최대 200만원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게 했다.

소비자들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스타벅스 앱을 통해 카드 충전금 7만원가량에 대해 환불 신청을 했다는 장아무개(37)씨는 “애초에 논란이 될 게 분명한 마케팅 기획이 스타벅스와 같은 큰 기업에서 여러 절차를 거쳐 최종 승인됐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후 정 회장이 빠르게 사과를 한 것조차 눈앞의 분명한 손해를 막기에 급급해 보여 더욱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6000원가량을 환불 신청한 오아무개(34)씨도 “정 회장이 이전에도 에스엔에스(SNS)에 ‘멸공’ 메시지를 수차례 올리고, 미국 보수 기독교계의 극우 논리를 퍼뜨리는 ‘빌드업 코리아’ 행사를 후원하는 등 ‘극우 행보’를 보인 걸 생각하면 사과가 진정성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선불충전금 ‘환불 러시’가 다른 기업들에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홍보·마케팅을 섣불리 펼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리라고 기대했다. 카카오톡으로 선물 받았던 스타벅스 기프티콘 7만8000원어치를 지난달 말 모두 환불받았다는 전아무개(27)씨는 “이번에 제대로 스타벅스 소비를 끊어야 다른 기업들도 경각심을 느낄 것”이라며 “지난 주말 집 근처 스타벅스 매장에 여전히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불매를 이어나가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혔다”고 전했다.

일단 환불을 받긴 하지만, 대체재를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오씨는 “당장 오늘만 해도 작업할 것이 있어 급히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가려고 보니 와이파이와 콘센트, 화장실 등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손씨도 “10년 넘게 ‘별’(음료 한잔당 쌓이는 적립 포인트)을 모아 할인을 받고 연말에는 ‘이(e)-프리퀀시’(방문 적립 포인트)를 모아 다이어리를 받는 등 재미가 쏠쏠해 많으면 일주일에 3∼4번 스타벅스를 이용한 만큼 대체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들지만 앞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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