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가 한반도에 올까요?
제6호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제출한 태풍 이름인 장미가 그 기원(?)을 찾아올지 우려스러운데요. 아직 그 경로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6월 초부터 찾아온 태풍에 올해 여름 날씨를 두고 걱정이 쌓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더위 전망도 만만치 않은데요. 기상청은 올해 6~8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6~7월 강수량도 평년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죠. 올해 태풍과 장마, 폭염과 열대야는 지난해, 지지난해의 기록적인 수치를 떠올리게 할까요?

기상청이 28일 오전 10시에 발표한 태풍정보에 따르면, 제6호 태풍 장미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중심기압 998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19m의 세력으로 북상 중입니다. 장미는 이후 북북서에서 북서 방향으로 이동하며 점차 세력을 키울 것으로 예보됐는데요.
29일 오전 9시에는 중심기압 980hPa, 최대풍속 초속 29m의 강도 2 태풍으로, 30일 오전 9시에는 중심기압 960hPa, 최대풍속 초속 39m, 31일 오전 9시에는 중심기압 955hPa, 최대풍속 초속 40m까지 발달할 것으로 보이죠. 예상 경로상 장미는 다음 달 1일 오전 9시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 약 330km 부근 해상까지 올라온 뒤, 다음 달 2일 오전 9시에는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40km 부근 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는데요. 강도 3의 강한 태풍의 다음 경로가 한반도로 향하게 될지 주목됩니다.
장미처럼 6월 태풍 자체는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데요. 1991~2020년 평년 기준으로 북서태평양에서는 6월에도 평균 1.7개의 태풍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6월에는 많지 않죠. 6월 영향 태풍은 평균 0.3개 수준인데 반해, 7월에는 1.0개, 8월에는 1.2개로 늘어나는데요. 9월에도 0.8개 수준입니다. 발생 수로 봐도 태풍은 7월부터 본격적으로 많아지는데요. 7월 평균 3.7개, 8월 5.6개, 9월 5.1개로 집계됐죠.
최근 5년 흐름을 보면, 태풍이 많이 생긴 해라고 해서 반드시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은 아닌데요. 2021년에는 태풍 22개 중 3개, 2022년에는 25개 중 5개가 한반도 날씨에 영향을 줬습니다. 2024년에는 26개가 발생했지만, 한반도 주변까지 올라온 태풍은 2개였죠. 2025년에는 27개가 발생했지만, 한반도에 뚜렷한 영향을 준 태풍은 없었는데요.

결국, 중요한 것은 태풍의 개수보다 경로입니다. 아무리 많은 태풍이 생겨도 한반도 쪽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영향은 제한적이죠. 반대로 태풍 수가 적은 해에도, 한 개의 태풍이 한반도 쪽 길을 타면 피해와 체감은 커질 수 있습니다.
2023년 제6호 태풍 카눈이 대표적 사례인데요. 발생 수만 보면 2023년은 최근 몇 년 중 태풍이 적은 해였지만, 카눈은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며 강한 인상을 남겼죠. 카눈은 그해 8월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한 뒤 한반도 내륙을 따라 북상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 기준 카눈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558억원, 복구비는 1048억원이었고, 주택 침수 489동과 공공시설 820곳 피해 등이 확인됐죠.
올해 여름 더위 전망도 가볍지 않은데요. 기상청이 22일 발표한 ‘2026년 6~8월 3개월 전망’에서 올여름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월별로는 6월과 7월의 ‘평년보다 높음’ 확률이 각각 60%, 8월은 50%로 제시됐습니다. 북인도양과 북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우리나라 주변으로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고 고기압성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는 거죠.

이 전망이 눈길을 끄는 건 최근 여름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기 때문인데요. 2024년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6도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고 열대야일수도 20.2일로 역대 1위였죠. 2025년은 이 기록을 다시 넘어섰는데요.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역대 1위를 새로 썼고 서울 열대야일수는 46일로 관측 이래 가장 많았습니다.
장마 전망은 어떨까요? 기상청은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을 사전에 공식 예보하지 않지만, 평년 기준으로 장마는 제주 6월 19일, 남부 6월 23일, 중부 6월 25일 무렵 시작해 7월 하순께 끝납니다.
올해는 6월과 7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상청은 북인도양과 북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를 보이면서 남쪽의 다습한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예보했습니다. 또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위치에 따라 비가 내리는 지역이 달라질 수 있고, 기류가 한곳에 모일 경우 국지적으로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죠.
최근 몇 년의 장마 흐름도 이 전망과 맞닿아 있는데요. 장마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이어졌느냐’보다, 비가 어느 시점에 얼마나 강하게 집중됐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2021년 여름은 기상청이 ‘짧은 장마와 늦여름 잦은 비’로 정리한 해였습니다. 장마가 길게 이어진 전형적인 여름이라기보다, 짧은 장마가 지나간 뒤 늦여름에 비가 잦았는데요. 2023년에는 장마철 강수량이 두드러졌죠. 2023년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60.2㎜로 역대 3위를 기록했습니다.

2024년에는 장마철 집중호우와 열대야가 함께 나타났습니다. 기상청은 2024년 여름철 특징으로 장마철 집중호우를 꼽으면서 장마철 전국 강수량이 474.8㎜로 평년보다 118.1㎜ 많았다고 언급했는데요. 1시간 최다강수량이 100㎜를 넘은 사례도 9개 지점에서 관측됐죠. 동시에 그해 여름은 열대야일수 역대 1위의 해였습니다.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더위가 반드시 약해지는 것은 아니었던 셈이죠.
2025년 역시 장마가 짧았다고 해서 위험이 적었던 해는 아니었습니다. 기상청은 2025년 여름의 주요 특징으로 짧은 장마철과 이른 더위 시작, 무더위와 집중호우 반복이 이어졌는데요. 여름 평균기온은 역대 1위였고 지역에 따라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양극화도 두드러졌습니다.
이처럼 최근 장마는 기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장마가 길지 않아도 비가 올 때는 좁은 지역에 강하게 쏟아질 수 있고 비가 그친 뒤에는 습한 더위가 빠르게 이어질 수 있죠.
이런 변화는 올해 새로 도입되는 특보 체계에서도 드러납니다. 기상청은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 재난성호우 긴급재난문자를 올여름부터 운영하기로 했죠. 낮 기온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밤에도 이어지는 더위와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강한 비를 별도의 위험으로 다루겠다는 의미인데요.
장미가 곧장 올여름의 답을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초여름부터 태풍 진로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은 올해 여름을 바라보는 기준을 달리 보게 하는데요. 장마가 끝나면 폭염이 시작된다는 익숙한 순서를 말이죠. 비가 내리는 방식, 더위가 이어지는 시간, 태풍이 지나가는 길을 함께 봐야 하는 계절이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