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투표함 열어야 드러난다…지방선거 목전까지 갈라진 서울 민심

"吳 잘한 게 뭐냐"·"정권 견제 필요"…선거전 휴전에도 유권자는 뜨거운 관심

지역·세대·성별 따라 지지후보 엇갈려…쏠림 현상 안보이는 한강벨트 표심

서소문 붕괴사고 선거 영향도 오리무중…"吳에 책임"·"시장 문제 아니다" 팽팽

서울시장 선거 민심의 선택은
(서울 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일대 6·3 지방선거 각 정당 출마자들의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2026.5.27.hug@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안정훈 기자 = 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 아래 서울의 거리는 코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서소문 고가도로 붕괴 사고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이틀째 선거운동을 멈춘 상태였으나,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27일 강남·북과 한강 벨트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거리에서는 이번 선거의 뉴 페이스인 정 후보가 이재명 정부와 함께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경륜을 앞세운 오 후보를 통해 서울에서라도 이재명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심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지역에 더해 세대나 성별로도 지지 후보가 갈리면서 민심의 방향은 갈피를 잡기가 더 어려웠다.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양강의 후보가 끌어올 표심의 많고 적음은 결국 투표함을 열어봐야 가까스로 가려낼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

선거유세하는 서울시장 후보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3일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에서(사진 왼쪽),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강서구 발산역 인근 광장에서(사진 오른쪽) 유세하고 있다. 2026.5.23 kjhpress@yna.co.kr

◇ "4선 시장 뭐했나" vs "정부·여당 견제"…갈라진 한강벨트 표심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한강벨트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선거를 일주일 앞둔 이날도 특정 후보로 쏠림 현상을 보이지 않았다.

세대별로는 20대 여성이나 40~50대 유권자는 정원오 후보를, 20대 남성과 70세 이상의 유권자들은 오세훈 후보를 대체로 지지했으나, 전체적으로 그 비율이 엇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정 후보를 뽑겠다는 유권자들은 성동구청장 당시 구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오 후보에 대해서는 4선 시장으로 업적이 별로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만난 이민하(42)씨는 이날 "정 후보가 성동구에서 너무 잘하셨더라. 반면 오 후보는 대표적으로 '엄청 잘했다'고 떠오르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랑 같이 지지를 받으며 합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원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있던 20대 여성 최모씨는 이날 "정 후보를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오 후보를 특히 더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그나마 더 나을 것 같다"며 오 후보가 시장 시절 운행을 시작한 '한강버스'를 비판했다.

오 시장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오 후보의 경륜을 이유로 한 안정감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우려,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필요성 등을 지지 이유로 꼽았다.

용산구 효창공원을 산책하던 효창동 주민 김모(83)씨는 "퇴직금도 없이 작은 집 한 채 갖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다 세금으로 떼어갈까 두렵다"고 말했다.

효창동으로 이사온 지 이제 2년차에 접어들었다는 한모(72)씨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 정부에 대한 견제 세력이 필요한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정부와 여당이 마음대로 법을 통과시키거나 뒤집어엎고 있지 않냐"고 밝혔다.

2030 세대 중에서는 아직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해 고민 중인 유권자도 있었다.

'용산 토박이'라고 밝힌 30대 남성 이모씨는 "마음이 기우는 후보는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어 끝까지 고민할 것 같다"며 "후보의 공약보다는 도덕성에 초점을 맞춰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 유세차량 준비 완료
(양주·안성=연합뉴스) 류영석 신현우 기자 = 18일 경기도 안성시와 양주시의 선거 유세차량 제작 업체에 각각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사진 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사진 오른쪽)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유세차량이 제작돼 주차되어 있다. 2026.5.18 photo@yna.co.kr

◇ 텃밭서는 각각 우위 확인…"서울도 성동구처럼" vs "정책 연속성 필요"

민주당이 강세인 강북 지역을 비롯해 정 후보의 '고향' 성동구에서는 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견이 우세했다.

다만 일부는 최근 공방으로 주목받은 '폭력 전과' 등에 비판적 시각도 드러냈다.

서울 노원에 2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는 전현정(48)씨는 노원구 공릉동 도깨비시장에서 기자와 만나 "성동구에 사는 지인이 너무 (구정을) 잘했다고 하시더라"며 "그 분의 시아버지가 빨간색(국민의힘 지지층)임에도 정 후보를 응원하셨다고 한다"고 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성북구 성신여대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54)씨는 "(정 후보가) 서울시정에 좀 더 전시를 위한 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행정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정 후보의 구정 활동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던 성동구 주민들도 정 후보에 대한 여전한 지지와 기대감을 나타냈다.

성동구 행당동에 10년째 거주 중인 강모(65)씨는 "코로나19 시기에는 자가진단키트나 마스크를 대량 지원해줘 걱정이 없었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안심 전월세 계약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시장이 된다면 지금처럼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노원구에서 21년을 거주했다는 김모(59)씨는 "정 후보에 대한 안 좋았던 이야기가 전혀 없는 얘기 같지는 않다"며 "시장은 현 정부와 같이 가기보다 시정에 대해 소신 있게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지역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과 함께 오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확인됐다.

다만 강남 지역에서도 오 후보가 재임 기간에 비해 실질적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손주와 함께 방배공원을 찾은 서초구 방배동 주민 70대 여성 이모씨는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봤을 때 오 시장이 그만하면 잘 한 것 같고 하던 사람이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부동산 정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배동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70대 남성 박모씨도 "정치권 공세는 모르겠고, 정 후보는 인성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보궐 선거 당선까지 합쳐 4선인 오 후보가 실질적으로 보여준 성과는 부족하다며 새 인물을 선택하겠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방배동에 30년째 살고 있다는 전모(77)씨는 "오 시장은 서울시장을 4번 했는데도 한강버스같은 외형적인 실적에 치우쳤던 것 같다"며 "정 후보는 성동구청장을 하면서 성수동 변화 등 이뤄놓은 게 있지 않냐"고 말했다.

서소문고가차도 현장 조사하는 관계자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사고 현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2026.5.27 ondol@yna.co.kr

◇ 부동산이냐 안전이냐…서울시장 막판 변수는

정 후보가 'GTX 철근 누락 사태'를 연결 고리로 오 후보를 '안전 불감증 후보'라고 몰아세우고 오 후보는 이른바 트리플(매매·전세·월세) 강세를 부각하면서 정 후보를 향해 '부동산 무능 후보라고 공세를 펴는 상황이다.

여기에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과 부동산 이슈는 유권자들이 두 후보를 두고 끝까지 고민할 지점이 됐다.

안전사고만 놓고 봐도 오 후보가 시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과 여러 원인이 얽힌 현장 사고를 시장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맞섰다.

일부 유권자들은 이번 사고보다는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부동산 이슈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종로구 창신동에서 만난 70대 남성 권모씨는 "지은 지 40년이 넘은 고가차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던데 사표 쓴(선거로 업무가 중지된) 시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게 맞느냐"며 "재건축·재개발 정책을 생각해 오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신여대역 인근에서 기자가 만난 김성훈(39)씨는 서소문 붕괴 사고에 대해 "누가 시장이었느냐로 좌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세훈이 원인이라는 사고방식은 배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성동구 행당역 인근에서 만난 70대 여성 이모씨는 이번 사고의 책임이 오 시장에게 있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부동산과 안전 중 선택하라면 안전이 훨씬 중요하다. 차기 서울시장은 시민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배동 주민 70대 남성 최모씨는 "이번 사고가 누구의 책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수습하는 상황을 모두 지켜본 뒤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hee1@yna.co.kr

조회 1,206 스크랩 0 공유 1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