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해 현장엔 '늦참', 강남역 10주기 추모엔 불참
"공식 통계도 없다" 지적에…정부, 내달 통계원표 개편 논의 착수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7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일대에서 여성시민단체들 주최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이 열리고 있다. 2026.5.17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끊이지 않는 여성폭력 현장에 성평등가족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나온다.
28일 정부와 여성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서는 '강남역 살인사건' 10주기 추모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약 500명이 참여했지만, 여기에 성평등부 관계자는 없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제가 알기로 추모 현장에 온 성평등부 직원은 없었다"며 "행사 전후로 소통이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성평등부 관계자도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공식적으로 참여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행사 이튿날 페이스북에서 "초대 성평등부 장관 행보가 조심스러운 수준을 넘어 '여성'을 삭제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7일 고교생 흉기 살인사건이 발생한 광주 광산구 월계동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노란리본에 적힌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2026.5.7 in@yna.co.kr
성평등부는 지난 5일 광주 광산구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 때도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원민경 장관이 사건 엿새 뒤 사건 현장을 방문하고 유가족과 면담하긴 했지만, 이미 장례 절차는 끝난 시점이었다.
성평등부가 주요 행사에 불참하거나 '늦참'한다는 얘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여성계는 성평등부가 여성폭력 해결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의심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3월 '2025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친밀한 관계인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137명,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94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자체 집계한 것으로, 정부가 작성한 여성폭력 공식 통계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성평등부가 여성폭력방지법에 따라 3년마다 공표하는 여성폭력통계가 있지만, 친밀관계 내 여성폭력의 경우 그 관계가 전·현 배우자와 애인으로 제한되고 일면식 없는 관계에서 발생한 여성폭력은 집계되지 않는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영국, 호주, 스웨덴 등 국가는 여성폭력 피해 전수를 파악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아직 무엇을 여성폭력으로 볼지에 대한 관점이 없어서 (통계가 없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성평등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조만간 범죄통계 원표 수정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행 기준으로는 다양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하는 범죄 피해를 구분할 수 없는 만큼, 다음 달부터 국가데이터처·대검찰청·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원표 수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3자 대상 분풀이', '특정 집단에 대한 적대감', '사회에 대한 적대감'으로만 구분되는 이상동기 범죄 유형이 세분화하면 여성폭력 통계가 더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성평등부는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관계성 범죄에 대한 판례 분석을 통해 현재 처벌 수준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원 장관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양육비 선지급 제도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틀린 대답을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성평등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양육비 선지급제는 헤어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 가족에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추후 양육비 채무가 있는 비양육자에게 선지급금을 회수하는 제도로, 작년 7월 처음 시행됐다.
원 장관은 선지급금 회수를 체납자에 대한 처분 절차에 따라 하느냐는 이 대통령 질문에 "체납 처분 절차에 의하지 않고 별도로 법에 따라 (한다)"고 답했지만, 선지급금 압류는 국세 체납자에 대한 강제징수의 예를 따른다.
원 장관은 이어 법원 판결이 있어야만 양육비를 선지급해주느냐는 이 대통령 질문에 "맞다"며 다시 한번 틀린 답변을 했다.
관련 질의에 성평등부는 "민법과 가사소송법상 집행권원이 있는 양육비 채권자면 선지급 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는데, 집행권원이 있는 양육비 채권자는 협의이혼을 한 경우도 포함하기 때문에 법원 판결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리나 갈베스 유럽의회 여성인권성평등위원장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5.27 jeong@yna.co.kr
honk02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