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앞두고 종로 일대서 연등행렬…관람객 포함 50만명 모여
법복 입은 '로봇 스님'들 인기몰이…17일까지 연등회 행사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조계사까지 2026 연등행렬이 펼쳐지고 있다. 2026.5.16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5월 24일)을 앞둔 16일 서울 종로 일대가 10만 개 연등이 만든 화려한 빛의 물결로 일렁였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 종단들이 참여한 연등회보존위원회는 16일 오후 7시 흥인지문을 출발해 조계사까지 종로에서 연등행렬을 펼쳤다.
연등회의 하이라이트인 올해 연등행렬엔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등 각 종단의 주요 사찰과 불교단체, 일반 시민 등 5만여 명이 각양각색의 연등 10만 개를 들고 참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허민 국가유산청장,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등도 봉행위원단으로 함께 행진했다.
진우스님은 연등행렬에 앞서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봉행한 연등법회에서 "부처님께서 밝히신 진리의 빛을 따라 안으로는 내면을 평안케 하는 등불을 밝히고 밖으로는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는 화합의 등불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조계사까지 2026 연등행렬이 펼쳐지고 있다. 2026.5.16 hwayoung7@yna.co.kr
흥인지문을 출발한 행렬의 선두엔 고려시대 연등회 때 왕의 의장 대열인 '연등위장'(燃燈衛仗)을 재현한 장엄이 자리했다. 아기부처를 모신 연(輦·가마)을 사천왕 등 호법선신(護法善神·불법을 수호하는 신)이 호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어 연꽃, 코끼리, 산, 동자 등 다양한 상징물을 형상화한 장엄과 개성 있는 연등이 종로 거리를 물들였다.
태국, 네팔,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불교 국가 출신의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각 나라 불교의 특색을 보여주는 의상과 등을 준비해 참여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조계사까지 진행된 2026 연등행렬에 로봇스님인 가비, 석자, 모희, 니사 스님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2026.5.16 hwayoung7@yna.co.kr
올해 연등행렬에서 단연 가장 인기를 끈 주인공은 '로봇 스님'들이었다.
최근 로봇 수계식으로 화제를 모은 '가비'를 비롯해 '석자', '모희', '니사'까지 130㎝ 키의 휴머노이드 로봇 4대가 '치유'와 '희망'이 적힌 자율주행 로봇 2대와 함께 참여했다.
석가모니 자비희사(慈悲喜捨)에서 이름을 딴 이들 로봇 스님은 조계종이 인간과 기술, 전통과 미래의 공존과 조화를 위해 이번 연등행렬을 앞두고 준비한 상징적인 이벤트였다.
장삼에 가사를 두른 네 로봇 스님은 봉행위원단 앞에 서서 흥인지문부터 탑골공원까지 40분가량 행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조계사까지 진행된 2026 연등행렬에 로봇스님인 가비, 석자, 모희, 니사 스님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2026.5.16 hwayoung7@yna.co.kr
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양옆에 늘어선 시민들은 "로봇 스님이다!"라고 외치며 박수로 환호했고, 로봇 스님들은 이따금 합장하거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로봇 스님의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은 시민 김모(35) 씨는 "귀엽고 신기하다"며 "불교 하면 좀 낡은 이미지가 있는데 신선한 시도인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연등행렬엔 외국인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아내, 두 자녀와 함께 행렬을 관람한 클라우디오 몬손 주한 쿠바대사는 "아내는 작년에 한 번 왔고, 난 이번이 처음인데 너무 멋지고 인상적이다. 매우 즐기고 있다"며 "종교를 떠나 문화적으로 불교에 관심이 많고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온 엘리 포포바 씨는 "주변을 지나다 행렬을 보고 참여하고 싶어서 연등을 하나 받았다"며 "정말 아름답다. 얼른 행렬에 합류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조계사까지 2026 연등행렬이 펼쳐지고 있다. 2026.5.16 hwayoung7@yna.co.kr
남편, 두 자녀와 함께 참여한 서울 시민 박도진 씨는 "직접 연등을 만들어 행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공지를 보고 사전에 신청해서 왔다"며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며 함께 연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렬 참가자뿐 아니라 일찌감치 종로 거리 양옆에 자리잡은 시민들까지 총 50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조계종은 전했다. 지난해 43만 명보다 많은 인원이다.
행렬 참가자와 시민들은 행진이 끝난 후 보신각 앞에서 분홍색 꽃비를 맞으며 강강술래와 법고 공연, 가수 노라조 공연 등으로 축제의 여운을 이어갔다.
연등회 일정은 일요일인 17일까지 이어진다.
1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종로구 조계사 앞길에서 선명상과 사찰음식, 등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부스들로 이뤄진 전통문화마당이 마련된다. 이후 인사동에선 1시간가량 다시 한번 연등행렬이 펼쳐지며. 행렬이 끝난 후 공평사거리 특설무대에서 국악과 EDM이 어우러진 연등놀이로 연등회 밤을 마무리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