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이 뭐하는지, 이번에 투표하는지…시민들은 냉담

오는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로 나선 정근식 후보(왼쪽)와 윤호상 후보. 각 후보 캠프 제공

“안녕하세요, 서울시교육감이에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 파란 점퍼를 입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가 엄마와 놀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어린이에게 “교육감이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요?”라고 묻자, 어린이는 “알고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요”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유권자’ 엄마는 머쓱한 웃음만 지었다. 현역 교육감인 정 후보는 이날 공원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후 20분가량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으나, 대다수는 눈길을 피했다. 명함을 받고서야 “교육감이래”라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다. 정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하다 보면 대다수 시민이 교육감 선거가 지방 선거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심지어 교육감 선거를 왜 하느냐는 반응도 보인다”며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오며 교육감 후보들의 행보가 분주해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전남의 통합으로 16개 시·도교육감을 선출한다.

시·도교육감의 권한은 크다. 올해 예산만 약 95조원에 이르고, 교원의 인사·징계권과 교육기관 감사·감독권, 조례제정권도 쥔다. 교육부가 국가 교육 목표와 입시 제도를 설계하더라도 각 정책을 지역 현실에 맞게 구현하는 것은 교육감의 몫이다. ‘지방자치’처럼 ‘교육자치’를 하기 위해 교육감 직선제를 한다. 교육감의 교육철학에 따라 교육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교육 정책이 변화를 가져온 경우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전수 시행하고 시험을 거부한 학생들을 `무단 결과' 처리하도록 했지만, 일부 교육감은 이를 따르지 않으며 교육부와 맞섰다. 또한 교육감이 교육재정을 직접 집행하면서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 복지 정책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체감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태도는 냉랭하다. 2022년 지방선거의 서울 투표율은 53.2%였으나, 2024년 서울시교육감만을 단독으로 뽑은 보궐선거 투표율은 23.5%로 절반 이하였다. 무효투표율도 지난 네 번의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은 2∼3%대였으나, 교육감은 4∼6%대였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관심 없다’고 대답한 비율도 광역단체장은 10∼30%대지만 교육감은 50%대에 달했다.

후보들의 선거운동에는 양육자들조차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님은 사교육이 걱정이세요, 돌봄이 걱정이세요?” 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는 윤호상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가 어린이와 있는 양육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선뜻 답하지 못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김병곤(42)씨는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를 같이 치르는지 몰랐다”며 “공보물을 보고 뽑긴 할 건데, 뭘 기준으로 뽑아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했고, 다른 양육자 3명은 현직 교육감이 누군지 몰랐다. 드물게 대화에 나선 한 시민이 “고2인 자녀가 내신과 수능, 학교생활기록부까지 챙기느라 너무 힘들어하는데 대책이 있냐”는 물었다. 윤 후보가 “입시는 교육감 권한이 아니지만 노력해보겠다”고 답하자 시민은 개운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은 “광역단체장의 교통·부동산·복지 정책 등은 곧바로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교육 정책은 효과가 최소 10년 뒤에나 나타나기 때문에 다수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라며 “교육 문제 중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대학 입시 제도는 교육감 소관도 아니다”라고 했다.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사교육의 영향력이 점차 향상되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도 크다 보니 학부모들조차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쏟기 어렵다”고 했다.

무관심 속에서 후보들은 정책 경쟁보다 진영 내 단일화에 신경을 쏟게 되고, 단일화 이후에는 이미 굳어진 진영 구도에 기대 선거를 치른다. 정당 소속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마하지만,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색의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식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는 단일화 결과에 불복하는 예비후보들도 부쩍 늘어 시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진보 쪽에서는 한만중 전국교육자치혁신연대 상임대표가 단일화 결과에 불복했고, 홍제남 전 서울 오류중 교장은 단일화에 불참했다. 보수 성향 인사 중엔 류수노 전 방송통신대 총장이 불복 중이며, 조전혁 전 의원은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고 뒤늦게 출마를 선언했다.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은 현역 교육감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도 한다. 재선 이상 교육감 당선인은 2010년 6.2%에서 2014년 41.2%, 2018년 64.7%, 2022년 52.9%로 높아졌고 3선 교육감도 2014년 1명에서 2018년 3명, 2022년 5명으로 점차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을 바꾸려면 교육감 선거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방안은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짝을 이뤄 함께 선거에 나가는 러닝메이트제도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준비하겠다며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이 제도로 무효표는 줄어들겠지만, 직선제를 되돌리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하며 교육자치가 일반 지방자치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는 “러닝메이트제를 하면 시도지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교육이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장(한국의 교육감)을 임명하는 일본의 경우 극우적인 단체장에 의해 극우 성향의 교육 정책이 확산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감을 독립적인 선거로 유지하면서도, 오히려 정당 관여를 일부 허용해 유권자에게 판단 기준을 더 제공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이덕난 팀장은 “정당 추천제는 정당이 당원이나 정당 활동을 한 사람이 아니어도 교육감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제도”라며 “교육감 후보들이 이미 노골적으로 파란색이나 빨간색 옷을 입고 선거 운동하고 있지 않으냐. 차라리 드러내놓고 정당이 후보를 추천하게 하면, 유권자에게 선택 기준을 더 풍부히 제공하면서도 정당이 교육감 후보에 대한 검증 기능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교육감이 임명하는 ‘교육장’(교육지원청의 장)을 직선제로 바꿔 기초 단위의 지역 주민들에게 더 와 닿는 공약을 내도록 하고, 그렇게 선출된 교육장 중에서 교육감을 선출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선관위가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일 수 있도록 유튜브 등으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관심 선거라는 오명 속에서도 교육감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이 지역의 교육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는 헌법에 담긴 ‘의무교육’의 의미를 미취학 아동에게까지 확장해야 한다며 만 3∼5살 유아교육 완전 무상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호상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는 관내 우수 학원을 지정해 학원비를 일부 지원하는 공립형 학원 제도를 도입하고, 초등 영어 시작 학년을 3학년에서 1학년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했다. 전국 교육감 후보자들의 5대 핵심 공약은 오는 21일, 선거 공보물은 오는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누리집(https://policy.nec.go.kr)에 게시된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박정연 기자 yeon@hani.co.kr

조회 89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