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핵추진 잠수함, 중동 정세 등 한·미 간 안보 현안 조율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회담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공개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파트너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호르무즈해협 개방 등 중동 정세와 관련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주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안 장관은 이날 오전 9시32분께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 도착해 양국 국가 연주와 의장대 사열을 거친 뒤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회담에는 한국 쪽에서 강경화 주미대사, 윤형진 주미국방무관,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 이광석 국제정책관 등이 배석했다. 미국 쪽에서는 헤그세스 장관을 비롯해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 존 노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 리키 부리아 비서실장, 크리스토퍼 마호니 합참 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회담은 미·한 동맹에 중대한 시점에 열리게 됐다”며 “현재와 같은 글로벌 위협 환경에서 동맹의 힘은 중요하며, 우리는 파트너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두 달 넘게 이어진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개방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의 기여를 요구한 발언으로 풀이될 수 있다. 특히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한국 화물선 에이치엠엠(HMM) 나무호가 공격을 받은 만큼, 미국이 주도하는 해상 안보 구상 또는 항행 안전 관련 협력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의 국방비 지출 확대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 방문 때 언급했듯 한국의 국방비 증액 약속과 주도적 책임을 맡으려는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모든 미국의 파트너들이 따를 만한 동맹 부담 분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인 부담 분담은 회복력 있는 동맹의 토대이며, 역내 적대 세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한국의 국방비 증액을 언급할 때 배석한 콜비 정책차관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께서 취임 이후 ‘힘을 통한 평화’라는 기치 아래 미군의 전사 정신을 회복함으로써 세계 최강인 미국 군대를 더욱 강력한 군대로 발전시킨 것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우리도 이에 발맞춰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해 핵심 국방 역량을 확보하고, 우리 주도의 한반도 방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전작권 전환 목표 시점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장관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공항에서 “지난해 SCM 때 금년도 연말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전환 연도를 확정하자고 말씀드렸다”며 “이번에도 주요 현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과의 회담에 이어 미 해군장관 대행과 상원 군사위원장 등을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