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위 책임 불인정…"尹, 심의와 무관하게 선포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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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김빛나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가 "적법한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대통령에게 반대 의견을 전했더라도 비상계엄 선포를 막았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에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부작위 책임까지 물을 순 없다고 본 것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는 한 전 총리의 항소심 판결문에 이같이 적시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형식적인 의사정족수를 채우는 등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 같은 외관을 형성했다고 보고 이를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것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국무회의를 제대로 운영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부작위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부작위범이 성립하려면 '만약 해야 할 일을 했다면 결과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지만 한 전 총리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국무회의에서 집행부의 중요한 정책에 관해 심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 내용에 구속받지 않고,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태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꼭 국무회의를 거칠 필요는 없다", "내가 한 결정이다. 이미 언론에 다 이야기했고 문의도 빗발치는 상황이어서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며 국무회의 심의 유무와 무관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가 만약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하고 실질적 심의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하며, 국무회의록을 작성했다 해도 비상계엄 선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한 전 총리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실질적인 국무회의 심의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도록 했다"며 부작위 책임까지 인정한 1심 판결과 배치된다.
이런 판단 차이는 한 전 총리의 2심 선고 형량이 징역 15년으로 1심의 징역 23년보다 8년 줄어든 데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2심은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서류손상, 위증 등 주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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