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잡아라…미-중 21세기 그레이트 게임 [.txt]

2025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콩고민주공화국의 테레즈 카이쾀바 바그너 외교장관(오른쪽 둘째)과 르완다의 올리비에 은두훙기레헤 외교장관(왼쪽 둘째)이 참석한 가운데 두 나라의 분쟁을 끝내는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이후 미국은 민주콩고의 자원에 대한 중국의 기득권을 견제하고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달 말 콩고민주공화국(DRC·민주콩고)이 주요 광산들을 경비할 준군사조직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2028년 말까지 2만명 이상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1억달러의 비용은 미국과 아랍에미리트가 대기로 했다.

민주콩고는 세계 코발트의 70% 이상을 생산하며, 콜탄의 주요 공급국이다. 구리와 리튬 매장량도 많다. 첨단기술에 꼭 필요한 핵심 광물들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내전이 일어나고 정정 불안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반군을 밀어주던 르완다 쪽과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협상에 간여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도 자신의 치적이라고 주장했다. 과장이 없지 않지만, 협상의 과실을 미국이 가져간 것은 확실하다. 민주콩고가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곧이어 미국 기업 버투스 미네랄스가 현지 채굴업체 체마프를 3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버투스는 미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출신과 전 해군 장교가 이끄는 회사인데 직원 8명에 실적도 불투명하고 경험도 없다. 대왕고래의 냄새가 난다. 그럼에도 세계 코발트 공급의 최대 5%를 생산할 수 있는 매장지를 개발할 권리를 확보했다. 뉴욕의 오리온 리소스 파트너스라는 투자사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이 계약에 18억달러를 투자했다.

아프리카 언론들이 더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올 2월 체결된 90억달러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다. 오리온 컨소시엄이 스위스 광산 대기업 글렌코어가 갖고 있는 민주콩고 구리·코발트 광산 2곳의 지분 40%를 인수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다.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에 따라 미국 쪽은 생산물 가운데 일정량을 누구에게 팔지 지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민주콩고의 구리 광산과 코발트 광산의 70% 이상을 중국이 통제해왔고, 코발트의 99%가 중국으로 수출됐다. 이 계약이 확정되면 미국은 중국을 피해 공급선을 뚫는 셈이 된다.

지난달 미국 기업 버투스 미네랄스가 콩고민주공화국의 채굴업체 체마프를 인수하며 코발트 광물 개발 권리를 확보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중국을 따돌리고 ‘핵심광물 무역지대’라는 대체 공급망을 만들려 한다. 올 2월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와 리튬, 코발트, 구리 등 핵심 광물을 비축해두기 위한 ‘프로젝트 볼트’를 만들었다. 미국이 주최한 첫 핵심광물 장관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영국과 유럽연합 회원국들,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민주콩고 등 50개국 이상이 참석했다. 아프리카의 자원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본격화하자 핵심 자원을 둘러싼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민주콩고와의 협력은 이 구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민주콩고와 인근 잠비아 일대는 구리를 비롯한 자원이 많아 ‘코퍼(구리) 벨트’라 불린다. 하지만 기술과 자본이 부족하고 인프라가 열악하다. 자원을 캐내도 제련하고 수출할 능력이 모자란다. 심지어 잠비아는 내륙 국가라 항구조차 없다.

그 빈틈을 중국이 메워왔다. 이미 수십년간 아프리카 투자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 도맡다시피 했는데,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계획이 출범한 뒤 단순 채굴이 아니라 지구적인 공급망으로 가는 거대 프로젝트의 일부가 됐다. 자원 수송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해 중국은 지난해 11월 잠비아, 탄자니아와 14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잠비아 광산에서 탄자니아의 인도양 항구까지 가는 타자라 철도는 수송량이 연간 10만톤밖에 안 된다. 그걸 240만톤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이 합작회사를 만들어 철도를 확장한 뒤 30년간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잠비아는 중국에 진 빚이 57억달러나 된다. 중국은 빚을 조금씩 줄여주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애당초 타자라 철도 자체가 1970년대 마오쩌둥 시기 중국의 자금과 기술로 지어진 것이었다.

미국은 중국이 지배해온 아프리카 광물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로비토 회랑’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내륙 잠비아에서 민주콩고를 거쳐 남대서양에 접한 아프리카 서부 앙골라까지 이어지는 ‘로비토 대서양 철도’(LAR) 건설에 5억5000만달러를 대기로 했다.

누가 이길까. 아프리카 국가들한테 미국은 중국을 대신할 믿을 만한 파트너일까? 불과 1년 전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리카 지원액 20%를 줄였다. 미국이 뭐라 비난하든, 중국은 인프라 투자와 개발 원조를 포함하는 포괄적 전략을 추구하며 경험과 관계를 쌓아왔다.

지난해 12월22일 콩고민주공화국 예술단이 수도 킨샤사에서 열린 ‘중국-콩고 직업교육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민속예술 사자탈춤을 공연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민주콩고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경제·문화 교류와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신화 연합뉴스

일례로 2008년 중국과 민주콩고의 광물-인프라 교환협정은 중국이 광산을 개발하는 대가로 도로, 병원, 대학을 짓도록 했다. 민주콩고 국영 광산기업과 중국 기업들이 합작회사를 만들었고, 중국 차관을 빌려 인프라를 건설했다. 현지 노동자를 고용하고, 현지 엔지니어를 훈련시키고, 현지 정치인들과 관계를 구축하면서 중국은 수익이 실현되기까지 긴 시간을 감내한다. 닛케이아시아리뷰에 따르면 아프리카 광산에서 수익을 보기까지 평균 16년이 걸렸다 한다. 반면 미국은 리스크 없이 당장 광물을 가져가는 것에 관심을 둔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한다.


자원 보유국들에 미-중 경쟁은 나쁠 것이 없다. 케냐 언론 ‘익스체인지 아프리카’는 민주콩고가 “미국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중국으로부터 더 좋은 조건에서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소개했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가치사슬에서 자국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국영 광산기업 제카민은 올 초 중국 기업이 보유한 광산에서 나온 구리 10만톤을 미국에 팔기로 결정했다. 당국은 지난해 말에는 코발트 수출을 4개월간 일시 중단해 가격을 60% 가까이 끌어올렸다. 올 3월에는 2008년 협정에서 약속한 대로 중국이 인프라를 잘 짓고 있는지 국제 로펌들과 함께 감사를 시작했다. 조만간 중국이 민주콩고에 새 투자계획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원의 덫’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지만, 아프리카 자원 보유국들이 이전보다 더 큰 협상력과 더 영리한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제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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