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MT문고]-'가족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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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사회의 최소 단위다. 혼인으로 결합해 자녀의 출산부터 다른 가족과의 교류, 사망에 이르기까지 주거를 함께하며 정서적 지지와 사회화를 함께하는 기초적인 공동체다. 사회, 국가가 무너지더라도 이 연결은 절대 끊어지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동양에서는 하늘이 정했다는 '천륜'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견고함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편집자로 손꼽히는 에이먼 돌런이 쓴 책 '가족 해방'은 이같은 신뢰가 가정 폭력의 씨앗이 된다고 경고한다. 가족의 관심이 압박과 가스라이팅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학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경험한 피해자들은 자신이 가정을 꾸릴 때 또 다른 가해자가 되기도 쉽다. 가정의 신뢰가 학대의 순환으로 이어지는 역설적 결과다.
책의 주제는 '가족을 버리자'보다는 '나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자'에 가깝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더라도 자신과 주변인에게 해를 끼친다면 과감히 끊어낼 수 있어야 한다. 부모와 배우자, 자식 모두 중요한 사람이지만 나에게 상처를 입히며 자존감을 떨어트린다면 그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책이 강조하는 것은 '절연할 의지'다. 문제 가족과 절연할 수 있다면 학대의 순환을 끊어낼 수 있고 새로운 평안과 화목한 가족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절연이 자신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반성, 새로운 관계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절연은 이미 특별한 일이 아니다. 책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25%가 가족과의 절연을 경험한 적이 있다. 반드시 힘겹고 고통스럽게 '이제부터 연을 끊자'라고 가혹한 말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만남의 횟수를 줄여 나가거나 대화 주제를 제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학대자가 변화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한 뒤 갈등 수준에 따라 절연 방법을 결정하면 된다.
보편적인 가정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저자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 반영돼 객관성이 결여된 대목이 눈에 띈다. 모든 가정을 잠재적 갈등의 장소로 묘사하거나 가족과 적대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유명 배우 가브리엘 번 등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한 유명인의 사례는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
저자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패스트푸드의 제국' 등 미국 사회를 뒤흔든 책을 작업하며 이름을 알린 편집자다. 펭귄프레스, 호턴미플린하커트 등 미국을 대표하는 출판사를 거쳐 사이먼앤드슈스터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