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는 통상 피해 당사자의 ‘고소’나 제3자의 ‘고발’을 단서로 시작된다. 이 가운데 고발은 가정 내 아동학대처럼 외부 노출이 어려운 범죄를 인지하는 주요 경로로 기능하는 반면, 마약 사건 등에서는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며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적 공분을 산 아동학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어린이집 교사나 의료진의 고발이 있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대는 외부에서 인지하기 어려워, 아동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접하는 이들의 신고가 사실상 유일한 적발 경로인 경우가 많다.
실제 한 어린이집에서는 아동에게 반복적으로 멍 자국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한 교사가 사진을 남겨 경찰에 고발한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의료진이 아동의 골절 부위를 확인한 후 신고하고, 해당 골절이 아동의 장난이나 실수로는 발생할 수 없으며 외부의 유형력이 가해져야만 가능한 상해라는 점을 의학적으로 밝혀 혐의 입증에 기여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해 부모가 신고에 항의하기 위해 어린이집이나 병원을 찾아오거나, “멍이 아니다”라며 사실관계를 부인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마약 범죄 등 일부 영역에서는 ‘공적(功績)’이라는 이름의 거래 관행이 형성돼 있다. 타인의 범행을 수사기관에 밀고해 자신의 죄를 더는 행위는 수사 효율성을 위한 관행으로도 활용돼 왔다. 한때 서초동에는 타인의 범죄 정보를 거래하는 이른바 ‘공적 딜러’가 변호사 사무실을 드나들던 시기도 있었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최근 영화 ‘야당’에서도 마약 조직 내부자나 중독자가 판매 조직과 유통망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대가로 감형을 받는 사례가 묘사되면서, 해당 관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환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구조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한 변호사는 의뢰인의 수사 공적을 만들기 위해 ‘수사공적 작업비’를 수령한 뒤 위법한 함정수사를 기획·실행해 제3자가 범죄에 빠지도록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함정에 걸려든 피공적자에게 자신의 개입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그의 변호인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피공적자는 2년에 걸친 법적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해당 변호사는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
브로커와 공모해 허위 수사공적서를 조작하는 사안이 잇따르자 수사기관은 절차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공식 ‘수사협조확인서’ 없이는 공적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라 변호사는 “고발은 아동학대 사건처럼 외부에서 인지하기 어려운 범죄를 드러내는 주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타인을 함정에 빠뜨리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며 “수사기관이 공식 확인서 없이는 공적을 인정하지 않도록 절차를 엄격히 한 것도 이러한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