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고령층 외로움 청년보다 21%p 높아
고독사 위기 5060 남성 집중…지자체 밀착형 발굴 모델 확산 필요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이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를 넘어 국가가 직접 개입하고 관리해야 할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부상했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최근 내놓은 '사회적 고립 대응 지원 제도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적 성장과 비교하면 사회적 관계망이 매우 취약한 불균형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독사와 은둔 등 극단적인 고립 현상이 전 연령대에 걸쳐 확산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통합적인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사연이 이번 연구에서 활용한 한국행정연구원의 2024년 사회통합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등의 자료들을 보면, 사회적 고립은 생애주기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같이 살고 있는 사람 외 가족이나 친척과의 사회적 교류가 없는 비율은 20대 청년층과 65세 이상 노인 집단에서 높은 'U자' 형태의 고립 구조를 보였다.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은둔은 20세 이후 청년기부터 59세 중장년기까지 1% 내외 수준을 유지하다가 60세 이상 노인 집단에서 급증했다.
정서적 외로움의 경우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욱 심화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65세 이상 고령층의 34.0%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는 20대 청년층의 외로움 응답률과 비교했을 때 21%포인트(p)나 높은 수치로 노년기 고립의 심각성을 수치로 방증한다.

출처 : 통계청 MDIS, 사회통합실태조사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적 고립의 가장 비극적인 결과물인 고독사는 50대와 60대 남성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통계를 보면 60대 고독사 발생 건수는 1천271건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으며 50대가 1천19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중장년 남성이 실직이나 이혼, 사별 등으로 사회적 역할을 상실할 경우 급격히 고립의 늪에 빠지며 결국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점이 통계로 명확히 확인된 셈이다.
이는 기존의 노인 중심 고립 대책을 넘어 중장년층을 아우르는 촘촘한 안전망 설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자료:"2024년 고독사 전년 대비 증가: 생애주기별 사회적 고립 위험군 발굴하여 맞춤형 지원 예정", 보건복지부, 2025.11.28.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p.5의 자료를 이용해 연구진 작성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고립 대응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현장 점검을 거친 주요 사업 중 전북 전주시의 전주함께라면 사업과 서울 강북구의 기운찬 사업은 지역 밀착형 접근으로 고무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았다.
전주함께라면은 무인 라면 조리 공간이라는 문턱 낮은 장소를 제공해 제도권 밖에 있던 고립 주민 120여 가구를 새롭게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
강북구의 기운찬 사업 역시 중장년 1인 가구에 밑반찬을 배달하며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고독사 위험군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사업들은 여전히 부처 간 칸막이 현상으로 인해 한계를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 치유 사업이나 여성가족부의 온가족보듬사업 등은 사업 대상이 특정 집단으로 제한되거나 단년도 공모 사업 형태에 그쳐 장기적인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고립 예방 교육을 실시하거나 지속 가능한 관계 형성을 돕는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 컨트롤타워 구축을 강력히 제안했다.
현재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고립 대응 사업을 일관성 있게 총괄하기 위해 사회적 고립 담당 차관과 관련 실·국을 설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기존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기본법 수준인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예방 관리법'으로 전부 개정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나 일회성 상담을 넘어 이웃이 서로의 안부를 자연스럽게 챙기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을 재건하는 것이 고립 대응 제도의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