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침이 오래간다고 해서 모두 감기 후유증은 아니다. 특히 밤이나 새벽마다 마른기침이 반복되거나 찬 공기만 마셔도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천식’을 의심해봐야 한다. 최근 미세먼지와 황사, 큰 일교차 등 환경 변화가 심해지면서 기관지 과민 반응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천식 환자는 2021년 67만8150명에서 2024년 106만473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천식은 단순히 숨이 차는 질환이 아니라 기관지에 만성 염증이 반복되면서 기도가 예민해지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해 방치하기 쉽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기도 구조 자체가 변형되며 폐기능이 영구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안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은 기관지 염증과 과민 반응이 반복되면서 기도가 좁아지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심해지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수면까지 방해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식은 유전적 영향이 큰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으로 꼽힌다. 부모가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으면 자녀의 발병 위험도 커진다. 여기에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반려동물 털 같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 미세먼지, 찬 공기, 담배 연기 등이 더해지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환절기에는 급격한 기온 변화가 기관지를 자극해 천식 증상이 심해진다. 찬 공기를 들이마시면 기관지가 순간적으로 수축하면서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심해질 수 있다. 실제로 천식 환자들은 새벽 시간대 증상이 심해 잠에서 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천식이라고 해서 모두 심한 호흡곤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숨찬 증상 없이 마른기침만 반복되는 ‘기침형 천식’도 흔하다. 운동 후 유독 기침이 오래 지속되거나 목에 가래가 걸린 듯 답답함이 반복될 때도 천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을 단순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점이다. 감기약을 먹어도 기침이 2~3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진단을 위해서는 폐활량과 기도 수축 정도를 확인하는 폐기능 검사를 기본으로 시행하며 알레르기 원인 확인을 위한 피부반응검사나 혈액검사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안 교수는 “조기에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고 지속적인 염증을 방치하면 영구적인 폐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치료하지 않으면 기관지가 지속적으로 손상되면서 기도 벽이 두꺼워지고 굳는 ‘기도 재형성’이 나타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식 치료의 핵심은 염증 조절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는 흡입형 스테로이드제 등 흡입제를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끊는 환자도 적지 않다. 흡입제를 불규칙하게 사용하거나 임의로 중단하면 증상이 쉽게 재발하고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약물치료만으로 조절이 어려운 경우에는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소량씩 반복 투여하는 면역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 기간은 보통 수년 이상으로 길지만 알레르기 반응 자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실내 먼지를 줄이기 위해 카펫과 천 소재 커튼 사용을 최소화하고 침구류는 자주 세탁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줄이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 역시 기관지 점막 보호에 도움이 된다. 안 교수는 “찬바람이 부는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줄이고,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찬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