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K-조선 자율운항 ‘삼국지’···글로벌 표준 ‘정조준’

(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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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조선 시장의 경쟁 축이 선박 건조에서 자율운항 소프트웨어 시장 선점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자체 기술 노선을 걷던 삼성중공업이 이스라엘의 오르카 AI(Orca AI)와 협력에 나서면서 이미 진형 구축을 마친 HD현대·한화오션과의 대결 양상이 짙어지는 흐름이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독자 개발을 넘어 글로벌 테크 기업과 손잡고 자율운항 기술의 표준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가장 앞서 노선을 구축한 HD현대는 자회사 아비커스(Avikus)를 필두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통제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강화하는 중이다.

아비커스는 지난 1월 HMM과 역대 최대 규모인 40척 분의 자율운항 시스템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노르웨이선급(DNV)으로부터 범용 자율운항 시스템 형식승인을 세계 최초로 획득했다. 

이는 독자 자율운항 시스템인 하이나스(HiNAS)를 글로벌 상선 자율운항의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굳히겠다는 정면 돌파 전략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상용선 시장에서의 직접적인 경쟁이 아닌, 방산과 특수선 중심의 영역을 개척하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 2024년 12월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완료하며 건조 인프라를 확보한 한화오션과 무인 제어 기술력을 갖춘 한화시스템이 소프트웨어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들 한화 방산 연합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군사 자율운항 전문업체 해벅AI(HavocAI)와 손잡고 한국 거제에서 미국 하와이 앞바다의 무인수상정을 실시간 원격 통제하는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또 한화시스템이 개발을 주도하고 한화오션의 플랫폼 기술을 결합한 12m급 정찰 무인수상정 해령(Sea GHOST)이 상반기 중 국내 최초 전력화를 앞두고 있는 등 군용 무인 체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향후 미 국방부의 까다로운 보안 인증을 뚫고, 글로벌 군용 함정 자율주행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이스라엘 오르카 AI(Orca AI)와 기술 협력 MOU를 체결하고, 독자 자율운항 시스템인 SAS의 상용화 한계 극복과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자율운항의 핵심인 시각 인지 영역을 보완하고자 전 세계 1200척 이상의 선박 데이터를 보유한 오르카 AI의 인프라를 수혈받기로 한 것이다. 

선주가 원하는 AI 프로그램을 골라 탑재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상용선 시장에서 본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는 그동안 자체 기술 노선을 고집하던 삼성중공업이 실리적 노선으로 선회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향후 조선 3사의 자율운항 전략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는 오는 하반기 최종 채택을 목표로 조율 중인 국제해사기구(IMO)의 자율운항 표준 협약(MASS Code) 세부 조항 확정이 꼽힌다.

규제 당국이 시스템의 ‘원천 기술 국산화율’과 ‘외산 소프트웨어 호환성’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 HD현대와 개방형 플랫폼을 택한 삼성중공업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을 내재화한 HD현대는 국산 소프트웨어를 우대할수록 시장을 장악하기 유리한 반면, 삼성중공업은 기술 간 호환성이 널리 인정돼야 더 많은 선박에 자사 시스템을 채택시키기가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HD현대나 삼성중공업과 달리 해군 군함 및 무인 전투체계 시장을 집중 공략 중인 한화는 민간 상선 규제 대신 국가 안보와 군사 보안 기준의 통제를 받는다.

한화오션 역시 상선 부문에서 해외 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대응을 이어가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상업용 선박의 표준 논쟁에서 비껴나 국방 무인체계 시장 선점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방산 특화 행보는 치열한 민간 자율운항 시장을 피해 고마진의 군사 무인화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면서도 “다만 군용 함정은 상선 대비 발주 규모가 제한적이고 각국 국방 예산에 따른 수주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028년 도입이 예정된 국제선급연합회(IACS)와 영국 로이즈(Lloyd's)의 ‘자율운항 해상보험 인센티브 제도’는 시장의 대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선급협회 인증 선박에 보험료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이 제도는 민간 해운사들의 경제적 실익과 직결되는 만큼, 자율운항 선박의 실질적인 수요를 창출할 촉매제로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2028년을 기점으로 민간 자율운항선은 금융 혜택, 군사용 무인 전투함은 정부 예산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원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업체들과의 주도권 경쟁은 불가피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3년 ‘스마트 해운 2030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상하이외고조선(Shanghai Waigaoqiao Shipbuilding) 등 대형 국영 조선소를 중심으로 내년까지 100척 이상의 대형 자율운항 상선을 실전에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황이다. 

노르웨이의 콩스버그(Kongsberg)와 핀란드의 바르질라(Wärtsilä) 등 해양 테크 기업들은 스타링크 등 저궤도(LEO) 위성 통신망을 자율운항 체계에 통합하는 대형 실증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사시키며 대양(Open-Ocean)에서의 실시간 원격 제어 표준화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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