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조작기소에 대한 공소취소’ 논란을 보노라면, 근본적 궁금증이 든다. 공소취소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공소취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가? ‘특검의 공소취소’에 반대하는 것인가?
국민의힘은 공소취소 자체를 죄악으로 몰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6일 발표한 결의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위한 모든 위헌·위법적 시도에 일체 반대한다”며 “사법부는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을 즉각 재개하라”고 했다. 조작기소 여부에 상관없이 어떤 방식으로든 공소취소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검으로 검사들의 조작 범죄 실태가 낱낱이 규명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조작기소 피해자들은 여전히 재판을 받고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황당한 주장이다. 애초 재판 절차와 별개로 공소취소라는 장치를 만든 취지 자체를 부정한다. 공소취소는 증거 조작과 진술 강압 등 수사·공소 과정의 명백한 잘못이 드러날 경우, 기약 없는 재판 절차로 피해자가 장기간 고통받지 않도록 공소기관에서 먼저 공소 자체를 취소하도록 한 제도다. 따라서 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을 더 끌지 말고 지체 없이 원인에 해당하는 공소 자체를 취소하는 게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조작 사실이 밝혀지건 말건, 일단 시작된 재판은 그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을 거듭 짓밟는 망발과 무엇이 다른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조작은커녕 봐주기 의도가 짙었던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 기소에 대해서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취소를 청탁했던 사실이 다 까발려진 바 있다. 다른 여러 관련 의원들도 자신들의 재판받는 고통을 외면했다며, 이 사실을 폭로한 한 전 장관에게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조작기소에 대한 정당한 공소취소 요구를 두고는 온갖 악담을 퍼붓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런 주장이 결과적으로 조작 검사들을 비호하고 조작기소라는 악행이 온존토록 하는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작이 밝혀진 뒤에도 재판이 계속돼야 한다면, 조작 검사들은 어떻게든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냄으로써 조작기소 혐의 자체를 사실무근으로 만들려 시도하려 들 것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1심 재판부는 각종 증거 조작 정황들이 쏟아졌음에도 깡그리 무시하고 유죄를 선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작 검사들은 다른 재판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2심, 3심까지 끌며 반전의 기회를 노릴 것이다. 피해자의 고통엔 아랑곳없이.
검찰은 과거 유우성씨에 대한 간첩 증거 조작이 드러났는데도, 관련 검사들이 징계를 받은 데 대한 보복으로 별건 기소와 항소를 거듭한 전력이 있다. ‘2기 수사팀’이 기소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대장동 사건’ 1심에 대해서도 끝까지 기계적 항소를 이어가려 시도했다. 조작기소에 대한 공소취소를 강제하지 않는다면, 이런 검찰이 알아서 공소권 남용을 멈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견지해야 할 한가지는 ‘조작기소는 공소취소’라는 대원칙일 수밖에 없다. 탈북민이든 대통령이든 모든 피해자에게 이 원칙은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공소취소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이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에 해당한다. 여기서부터는 현실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영역이다. 조작 당사자인 검찰이 스스로 뉘우치고 공소취소를 하는 방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두고도 국민의힘 등 보수세력은 특검 이상으로 공정성 시비를 걸어올 가능성이 크다.
‘특검의 공소취소’를 두고도 반대가 거세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 사건’을 공소취소하는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다만 방법론상 미비점에 대한 강조가 공소취소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오해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힘과 검찰 등의 무조건적 공소취소 반대 행태에 대해서는 ‘특검의 공소취소’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 이상의 고강도 비판을 가할 필요가 있다. 조작 실체가 규명됐는데도 모든 방식의 공소취소를 무조건 거부한다면, 부당한 정치적 조작기소 피해자들의 정의는 실현될 길이 없다. 특검 방식이 아니라면, 검찰의 공소취소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든, 아예 새로운 창의적 방식이든 가능한 대안을 내놓거나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라고 이들에게 먼저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