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덫’에 걸린 청소년…무한 스크롤 금지 vs 연령제한

지난 3월25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법원 앞에서 소셜미디어 중독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숨진 자녀의 사진을 들어보이며 슬픔을 토로하고 있다. 엘에이 법원의 배심원단은 이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의 중독적 디자인이 청소년 중독을 유발하는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청소년을 소셜미디어에 붙들어놓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 개인 취향을 공략하는 영상 페이지, 저절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는 ‘자동 재생’, 살짝 밀면 나오는 ‘무한 스크롤’, 휴대폰에 수시로 뜨는 ‘친구가 기다려요’ 알림….

이런 소셜미디어의 중독적 요소를 구체적으로 규율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소셜 미디어 이용규제법’을 시행한 브라질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달 27일 발행한 ‘미디어브리프’ 4월호에서 각국의 청소년 에스엔에스(SNS) 중독 규제를 소개했다.

브라질의 새 법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앱 접속자가 16살 미만 청소년일 경우 ‘무한 재생’이나 ‘스크롤 재생’ 등의 기능을 제공해선 안 된다. 또 청소년에게 수시로 알림을 보내거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개인 맞춤형 광고를 띄우는 것도 금지했다. 이용자의 성인 여부를 판별할 땐 단순 인증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방면의 연령 확인 절차를 도입하도록 했다. 청소년 이용자로 확인되면 법적 보호자와 소셜 미디어 계정을 연동해야 한다. 이를 작성한 진민정 책임연구위원은 “이용을 유도하는 인터페이스와 데이터 활용 방식, 수익 구조까지 포괄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기존 규제와 차별화된다 ”라고 짚었다.

기존 규제는 대체로 나이 제한에 초점을 맞췄다. 오 스트레일리아는 2024년 ‘온라인 안전법 ’ (Online Safety Act)을 개정해 16살 미만 이용자의 계정 생성·유지를 제한했다. 강력한 조처였지만 청소년의 정보접근권과 발언권 침해 우려, 음지의 플랫폼으로 이동할 우려도 제기됐다. 프랑스도 처음엔 15살 미만 청소년의 이용 자체를 제한하려다 해로운 서비스만 선별적으로 제한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청소년 에스엔에스 규제의 방향이 연령 제한에서 서비스 제한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휴대폰에 깔린 소셜미디어 앱을 손으로 들어 보이는 모습. 런던/EPA 연합뉴스.

다만 규제의 실효성 유무는 지켜봐야 한다. 지난 2024년 비슷한 시도를 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개인 맞춤형 페이지를 ‘중독성 피드’(addictive feed)로 규정하고 부모 동의가 없는 청소년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곧바로 플랫폼 기업 이익단체 ‘넷초이스’ 등에 소송을 당하면서 법의 안정성이 흔들렸다. 캘리포니아주는 결국 16살 미만 이용자의 계정 생성·유지를 제한하는 ‘청소년 소셜미디어 이용 제한법’을 지난 2월 추가로 제정했다.

진민정 책임연구위원은 이를 일종의 ‘정책 실험’으로 봤다. 일관된 정책 흐름이 있다기보다 소송과 사회적 여론 등을 고려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청소년 에스엔에스 중독 규제의 성패도 법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기술적으로 집행 가능하며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형태로 설계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청소년 중독에 관한 사회적 압력에 직면한 빅테크 기업도 나름 자구책을 내놓는 모양새다. 구글 유튜브는 지난달 25일 부모가 자녀의 쇼츠 시청 시간을 ‘0분’으로 설정해 쇼츠 노출을 차단하는 기능을 만들었다. 지난 2월 구글과 메타에 소셜미디어 중독 책임을 물은 미국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온 뒤의 일이다.

한국의 입법 논의는 아직 더디 다. 청소년 이용자 일별 이용 한도를 정하거나(조정훈 의원안) 14살 미만의 회원가입을 금지(윤건영 의원안)하는 안 등이 발의돼 있으나, 국회에 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 주무 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도 신중한 입장이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나 “아동 청소년이라고 해서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 규제하는 방식은 조금은 낡은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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