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찍 교섭했더라면…합의 긍정적"…차분한 화물연대 집회장

"화물노동자 얘기 듣는 환경 마련돼"…노동절대회 이후 물류차량 출차 재개될 듯

교섭 타결…CU 진주물류센터 앞 화물연대 집회장
[촬영 정종호]

(진주=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조금만 더 일찍 교섭됐더라면 이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앞섭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그 자체로 긍정적이라고 봐야겠지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와 BGF로지스가 지루한 교섭을 끝내고 단체합의서에 서명한 30일 오후 경남 진주 CU 진주물류센터 앞 화물연대 집회장에서 만난 이동훈(56) 진주지회 CU분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2015년부터 CU 물류센터에서 화물운송기사로 일했다는 그는 "그동안 열악한 처우로 많은 화물 노동자가 힘든 상황이었고, 사측에 교섭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럽게 조합원이 숨지는 사고가 나 무척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힘없이 뻗은 수염이 아무렇게나 자란 모습으로 입을 연 이 CU분회장은 "그동안 사측에 화물차 기사들이 노동자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합의로 그나마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숨진 조합원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이번 합의에서 나아가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집회로 주민들에게 본의 아닌 피해를 끼친 것 같아서 죄송스럽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있던 조합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같은 지회 조합원인 윤명조(44) 씨는 "합의 내용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이제 화물노동자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전향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교섭 타결…CU 진주물류센터 앞 화물연대 집회장
[촬영 정종호]

조인식이 열린 이날 하루 화물연대 측은 조인식 등을 이유로 며칠째 이어지는 집회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CU 물류센터 봉쇄 조치가 해제됐지만, 숨진 조합원 장례 일정과 노동절대회 등에 사용될 CU 진주물류센터는 물류차량 출차가 재개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고성과 투쟁 구호로 가득 찼던 집회장 주변은 이전과 달리 차분한 모습을 띠었다.

조합원들은 집회장 천막에서 그동안 못 잔 잠을 자면서 휴식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눴다.

일부는 집회장과 센터 앞에 설치된 분향소를 청소하기도 했다.

화물연대 등은 우선 노동절인 5월 1일 오후 3시에 열릴 '세계노동절대회'를 이곳에서 개최한다. 그 뒤에 물류차량 출차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일 오전 진주 CU 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비조합원이 몰던 화물차가 조합원들을 치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면서 촉발됐다.

화물연대와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는 이날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교섭을 이어오다 10일 만인 이날 오전 조인식을 열고 단체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안에는 운송료 7% 인상과 분기별 유급휴가 추가보장, 화물연대 활동 보장과 조합원이란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jjh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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