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고졸 취업이 더 유리' 주장도…실제 대졸자 취업률이 더 높아
임금↓ 고용 불안정성↑…'취업 질' 측면에서도 불리
"SK하이닉스는 특별한 경우"…시민단체 "정부 차원에서 고졸 취업 장려해야"

2021년 6월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개막한 '고졸 성공 취업 대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고졸로 SK하이닉스 생산직 입사 vs 서울대 공대 입학. 당신의 선택은?"(네이버 카페 글)
최근 SK하이닉스의 수억원대 성과금이 화제가 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고졸·전문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생산직 채용을 공고하자 온라인에서는 "괜히 대학 나왔다", "4년제 (대학) 나온 게 오히려 취업에 불리하다는 말이 사실 같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취업 가능성에 대한 부러움과 맞물린 이런 반응은 대졸자가 오히려 취업시장에서 역차별받는 것 같다는 인식에서 나온 하소연으로 풀이된다.
이런 푸념처럼 실제 고졸이 대졸보다 취업하기 더 쉬울까. 답변은 '아니오'다.
통계를 보면 대졸자 취업률이 여전히 고졸 이하 취업률을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또 취업의 질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취업 현실을 살펴봤다.

[교육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5 결과 발표' 보도자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통계상 학력 수준 높을수록 취업률도 높아
현재 고졸과 대졸 취업률을 같은 기준에서 비교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통계는 없지만 개별 통계에서 대졸자의 취업 상황이 고졸자보다 낫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내놓은 '교육 정도별 경제활동인구 통계'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고졸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2.8%로, 대졸 이상 학력자의 경제활동참가율 79.0%(전문대졸 79.1%, 대학교졸 이상 79.0%)보다 16.2%포인트 낮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전체 인구 중 취업자와 구직 중인 실업자를 합한 비율로, 일을 하거나 적극적인 일자리를 찾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 통계에서 초졸 이하는 34.7%, 중졸은 35.4%로 최종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경제활동참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년 9월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5'에서도 우리나라의 대학 졸업자 고용률은 79.9%(2024년 기준)로, 고등학교(72.5%)나 전문대학(78.6%) 졸업자보다 높았다.
교육 정도별 실업률 통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연간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대졸 이상 실업률은 2.6%로, 고졸(2.9%)이나 중졸 이하(3.6%)보다 낮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평균적으로 보면 대졸자의 취업 성과가 고졸자보다 훨씬 좋다. 취업률도 그렇지만 졸업 후 첫 취업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대졸자가 짧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발표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선과제'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의 첫 취업 소요 기간은 지난해 기준 11.3개월로, 이 가운데 고졸 이하는 16.5개월로 평균보다 길었다. 대졸 이상의 첫 취업 소요 시간은 8.8개월로 고졸 이하 학력자의 절반 수준이었다.

2019년 3월 '2019 대한민국 고졸인재 일자리 콘서트'를 찾은 한 취업준비생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던 중 현장 채용 기업 자료를 사진으로 찍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취업의 질적 측면도 봐야…임금 낮고 비정규직이 다수
취업의 질적 측면에서도 학력에 따라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고등학교 졸업 3년차의 고졸·전문대졸 취업자 6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올해 초 발표한 '2025 한국교육종단연구: 초기 성인기의 생활과 성과(Ⅲ)'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약 167만원(세전)이었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연령별 근로자 평균 임금 통계를 보면 20~24세의 월임금총액(월 평균임금)은 20~24세 264만8천원, 25~29세 334만8천원이다.
고용 형태에서는 비정규직 비율이 56.6%였다. 회사 규모로는 직원이 1∼4명인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이 27.7%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4년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에 따르면 대학 이상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월 평균소득은 342만6천원 수준이었다. 일반 대학 졸업자의 경우 314만6천원, 대학원 졸업자는 496만2천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같은 통계에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들이 취업한 기업은 중소기업 44.9%, 비영리법인 16.6%, 대기업 12.5%,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12.5%, 중견기업 6.1%, 공공기관 및 공기업(3.2%) 등의 순이었다.

2023년 9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고졸성공 취업·창업 페스타'에서 방문한 학생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졸 취업 장려 퇴색…공기업 채용 규모도 급감
한때 정부 정책에 따라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고졸 취업 장려 정책이 실시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주요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의 고졸자 채용 규모도 줄어든 상태다.
교육 분야 시민단체인 교육의봄이 정부 공공기관 채용을 조사한 결과, 작년 1분기 고졸 채용 비율은 8.3%로, 2019년의 15.1%는 물론 2024년의 10.7%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광역지방자치단체 17곳의 조례를 분석한 결과, 경기, 광주, 세종, 울산 등은 조례를 통해 해당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에 신규 채용의 20% 이상을 고졸 인력으로 우선 채용하도록 권고하는 등 14곳이 우선 채용 비율을 정했다. 그러나 이 비율을 달성한 지자체는 4곳에 불과했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내면서 고졸(예정)자만 27명(6급)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LH의 6급 채용 규모는 2012년 200명에서 2022년 25명, 2023년 23명, 2024년 36명, 2025년 47명 등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전력도 고졸자에 한정한 채용 전형 규모가 2021년까지 세자릿수였으나 2022년에는 0명, 2023년 11명, 2024년 24명, 2025년 69명 등으로 줄었다. 다만 한전은 올해 선발 인원을 82명으로 확대하고, 앞으로도 고졸 적합 직무의 채용 수요를 반영해 채용 인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사기업도 고졸 채용 인원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안상진 교육의봄 부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 고졸 채용을 권장하면서 사기업과 공기업 모두 고졸 채용이 늘었으나 현재는 그런 기조가 전반적으로 퇴색했다"면서 "공기업이 이럴 정도이니 사기업도 당연히 더 줄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부대표는 "취업한다고 해도 학력 간 임금 격차나 승진 등에서 불이익이 큰 상황"이라면서 "대졸 학력이 필요하지 않은 직종에서도 대졸자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무분별한 대학 진학과 과도한 대입 경쟁이 벌어지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고졸자들이 직무 역량에 맞춰 안정된 일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생산직 채용 공고
◇ "'고졸이 취업 더 쉽다'는 허상…SK하이닉스 채용은 특별한 사례"
이처럼 고졸 취업자의 취업률이나 취업 조건 등이 전반적으로 대졸자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괜히 대학 나왔다' 식의 반응이 나오는 것은 SK하이닉스의 생산직 채용 등과 같은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일반론적으로 확대 해석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김유빈 본부장은 "SK하이닉스의 생산직 채용은 매우 특별한 사례"라면서 "고졸자에게 더 기회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전체적으로 고졸자의 취업이 쉽다고 하는 것은 허상"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채용 공고에 대한 온라인상의 반응 저변에는 성과급을 포함한 고액 연봉에 대한 선망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청년층 취업이 어려워진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 관련 기관 관계자는 "학력에 상관없이 청년층의 취업이 전반적으로 어렵다 보니 이런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실제 학력 수준과 상관없이 최근 청년층 취업률은 전체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체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은 2022년 57.8%, 2023년 55.7%, 2024년 55.3%, 2024년 55.2% 등으로 감소세다. 대학 졸업자 취업률도 2022년 66.3%, 2023년 64.6%, 2024년 62.8% 등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문대 졸업자 취업률도 2022년 72.9% 2023년 72.4%, 2024년 72.1%로 매년 조금씩 줄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지난해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15~29세 경제활동참가율은 47.2%로 2년 전보다 1.5%포인트, 한해 전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임소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센터 소장은 "직업계고 졸업자뿐 아니라 고등교육기관 졸업자까지 청년층의 취업률이 다같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경력직 선호, 인공지능(AI) 부상 등으로 기업의 고용 패턴이 달라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국가데이터처 보도자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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