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체포 상태서 반복된 채뇨 요구 거절… 대법 "처벌 안 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경찰이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소변검사를 요구한 경우 이에 응하지 않거나 속여 제출했더라도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정씨는 2024년 6월 경기도 의정부의 한 호텔에서 지인과 함께 투숙하던 중 마약 배달책으로부터 전달된 필로폰과 관련된 사건에 연루됐다. 경찰은 배달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머문 객실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동행자를 필로폰 소지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후 객실에 남아 있던 정씨에게도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신체 수색과 함께 소변검사를 요구했다.

문제는 신체 수색과 소변검사 요구 방식이었다. 경찰은 정씨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팔을 붙잡고 수갑을 채운 뒤 신체를 수색했고 상당 시간 동안 소변검사를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정씨가 이를 거부하자 결국 긴급체포까지 이뤄졌고 유치장에서도 채뇨 요구는 이어졌다. 정씨는 이후 다른 수감자의 소변을 자신의 것처럼 제출해 음성 판정을 받고 석방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위계공무집행방해로 보고 기소했다.

원심 법원은 경찰의 소변검사 요구가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정씨에게 징역 10개월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이 피고인에게 수갑을 채운 채 신체를 수색하고 소변검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행위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한 체포와 수색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대법원은 이러한 상태에서 이뤄진 긴급체포 역시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고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채뇨 요구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함을 전제로 성립하는 범죄인 만큼 그 전제가 되는 직무집행이 위법하다면 구성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수사기관의 직무집행 자체가 적법해야만 이를 전제로 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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