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2억5천짜리 디펜더를 혹사시키는 쾌감…오프로드 최강자 ‘옥타 블랙’

디펜더 옥타 블랙.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13.1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미국 록 밴드 레너드 스키너드의 ‘프리 버드’를 선곡하자, 사운드를 물리적 촉각으로 전환시키는 1열의 ‘바디 앤 소울 시트’를 통해 전설적 기타 솔로가 온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심장박동이 공명하기 시작할 때쯤 전대은 인스트럭터가 신호를 주더니 엑셀러레이터를 단박에 끝까지 밟았다. 2665㎏짜리 육중한 검은 몸체는 주저하지 않고 전방의 비포장 도로를 향해 포탄처럼 튀어나갔다. 이 덩치에 제로백 4초를 끊는, 랜드로버의 디펜더 시리즈 최강자 ‘옥타(OCTA) 블랙’이 엄청난 속도로 구불구불한 오프로드를 휘젓기 시작했다. 튀어 오른 돌들이 5m짜리 차체를 표적 삼아 운석처럼 날아들었다. 디펜더를 따라 뿌연 흙먼지가 혜성 꼬리 모양으로 수십미터 이어졌다. 2억5천만원에 육박하는 차를 사정없이 혹사하는 쾌감이 밀려왔다.

지난 16일 오후 충북 증평 벨포레 모토아레나 서킷 코스와 근처 채석장을 개조한 오프로드 코스에서 디펜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는 옥타 블랙 미디어 시승 행사가 열렸다. 올해 초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오프로드 레이스라는 다카르 랠리 데뷔전에서 스톡(양산차) 부문 우승을 차지한 압도적 퍼포먼스의 일부를 2시간여로 압축해 체험하는 자리였다.

옥타라는 모델명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인 다이아몬드의 팔면체(octahedron)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강인하면서도 매력적인 외관과 견고한 내구성을 어필하는 데 적합한 명칭이다. 최고출력 635마력, 최대 토크 76.5㎏·m(rpm 1800∼5855)를 자랑하는, 배기량 4395cc의 4.4리터 트윈 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 8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635마력은 포르쉐 카이엔 터보 GT(673마력), 람보르기니 우르스(666마력)와 비슷한 수준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길이) 5003㎜, 전폭(너비) 2064㎜, 전고(높이) 1995㎜, 축거(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거리) 3023㎜다. 최강의 오프로드 성능을 보장하기 위해 지상고(노면과 차 바닥 사이 간격)는 28㎜ 올렸다. 차체 높낮이를 조절하는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지상고를 323㎜까지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사로 접근 각도는 최대 40.2도, 이탈 각도는 42.8도, 램프 각도(휠베이스 사이 차량 바닥이 언덕 정상에 걸리지 않는 각도)는 29도까지 확보된다.

디펜더 옥타 블랙.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직접 운전석에 앉았다. 운전석의 옥타 로고 모양 버튼을 길게 누르면 차량의 모든 기능을 오프로드 드라이빙으로 최적화시키는 ‘옥타 모드’로 전환된다. 채석장을 개조한 오프로드 코스로 옥타 블랙을 몰고 들어갔다. 등판각 28∼31도 정도로 설정된 오프로드 코스에서도 차는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올라갔다. 육중한 차체를 끌어올리는 데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언덕 정상에서 차가 하늘을 향하자 전방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닛을 투과해서 전방을 보는 것 같은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가 작동했다. 안심하고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언덕을 넘을 수 있었다.

산 넘어 산. 앞으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습관처럼 브레이크를 신경질적으로 밟고 떼기를 반복하자, 조수석에 앉은 최진열 인스트럭터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갈 때 브레이크에서 발을 확 떼어도 차는 설정 속도에 맞춰 알아서 감속(최저 3㎞까지 가능)해 안전하게 경사로를 내려갔다.

바위들이 울퉁불퉁 깔린 구간에 차를 올렸다. 왼쪽 뒷바퀴 하나가 허공에 떴다. 옥타 블랙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암석 구간을 통과했다. 옥타 블랙은 최대 1m 수심의 물길을 건널 수 있도록 설계됐다. 흙탕물이 깊게 고인 구간에 차를 담그자, 2022년 8월 수도권에 기록적 폭우가 내렸을 때 차량 보닛 위에 올라가 화제가 됐던 ‘현자’가 떠올랐다. 육중한 차체에 밀린 흙탕물이 출렁였지만 옥타 블랙은 힘들이지 않고 도강을 마쳤다. ‘으르르르르르’, 중저음 배기음과 가벼운 진동이 차에 올라탄 물기를 털어냈다.

도시인의 운전은 대부분 온로드에서 이뤄진다. 서킷 코스에서 가속 성능과 브레이크, 코너링을 확인해 봤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제로백 4초를 실증해 봤다. 가차 없이 엑셀러레이터를 밟자 옥타 블랙이 전방 돌진을 시작했다.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며 차체 앞부분이 들렸다. 순식간이었다. 100m 지점을 표시한 구간을 지났을 때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다. 브레이크 디스크가 네 바퀴를 꽉 잡아준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조수석의 정병민 인스트럭터는 “400㎜(후면 365㎜) 대구경 사이즈가 적용되어 강력하고 균일한 제동 성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서킷 코스의 요철 구간을 빠르게 통과하는데 타이어가 마주하는 굴곡감이 크게 전달되지 않았다. 과격한 코너링을 할 때도 좌우로 쏠리는 롤링이 심하지 않았다. 옥타 블랙이 자랑하는 ‘6D 다이내믹 에어 서스펜션’ 기술 덕분이라고 한다.

이 모든 성능에는 당연히 비용이 따른다. 옥타 블랙 연비(㎞/ℓ)는 도심 6.3㎞, 고속도로 8.1㎞다. 가격은 2억4547만원으로 책정됐다.

디펜더 옥타 블랙.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디펜더 옥타 블랙.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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