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시장 거버넌스 40년 만의 대전환... '가스배관위원회' 시대 열렸다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법적 기반을 갖춘 산업통상부 산하 중립감독기구 신설

대한민국 가스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규제 거버넌스가 40년 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내용을 반영한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최종 가결됐다.

산업통상부 '책임 행정' 강화... 가스공사-민간 '상생의 길' 열어

이번 법안의 핵심은 산업통상부 산하에 독립적인 심의·재정 기능을 갖춘 전문 기구인 '가스배관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가스 시장은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프라 운영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또 1983년 한국가스공사 설립 이후 유지돼 온 공급자 중심의 운영 체계가 정부의 책임 행정과 시장 전문성이 조화를 이루는 중립적 감독 체제로 진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 통과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가 가스 산업 전반에 대해 보다 실질적이고 중립적인 규제 권한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

그간 국가 주배관망 운영은 법적 근거가 명확한 전문 기구의 부재로, 망을 소유한 한국가스공사의 자율적인 관리와 내부 기구인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는 시설이용자와 운영자 간 이해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가스시장 내 LNG 직수입 사업자가 25개사를 넘어서고, 가스 도입 물량의 약 26%를 직수입자가 담당하게 되면서, 인프라 이용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가스배관위원회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산업부의 책임 아래 전문가들이 참여해 △배관 지점별 인입 가능량 심의 △배관시설이용규정 개정 △이용료 및 이용조건에 관한 사업자 간 분쟁 조정(재정) 등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가스공사가 망 운영자로서 짊어졌던 과도한 부담과 불필요한 오해를 덜어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공사는 인프라의 안정적 관리에 집중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이용 결정은 정부 산하 중립 기구가 맡음으로써 공사와 민간 사업자가 '상생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에너지 안보의 '물리적 방패'…중동 리스크 대응력 제고

전문가들은 이번 거버넌스 개편이 최근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국가 에너지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장치가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70%, LNG의 20%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고 있어 공급망 다변화와 더불어 국내 인프라의 효율적 운영이 절실하다.

가스배관위원회를 통해 5000km가 넘는 주배관망의 이용 정보가 투명하게 관리되면, 비상시 가스공사가 확보한 물량과 민간 사업자의 도입 물량을 보다 유연하게 적기에 전국으로 배분하는 계통 최적화가 가능해진다. 가스공사가 추진 중인 비중동 지역 수입선 다변화 및 지분 물량 확보 전략이 위원회의 중립적 인프라 운영과 결합할 경우 국가 수급 위기 시 실질적인 '물리적 방패'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도입을 통해 "시장과 제도의 간극이 해소되는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LNG 시장은 이미 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경쟁 구조로 발전했지만, 배관망 운영은 과거 체계에 머물러 있었다"며 "이번 가스배관위원회 출범은 가스시장이 전력시장과 같이 제도적 기반이 구축된 것으로 기대가 크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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