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막힌 호르무즈…선박 줄나포에 통과도 겨우 하루 1척

이란, 3척 발포·그중 2척 나포…'종전협상 추진' 美 "휴전 위반은 아냐"

이란 대통령 "美와 대화 열려 있다"면서도 약속위반·봉쇄·위협 비난

美 중부사령부 "총 29척에 회항 지시…봉쇄 조치 철저히 이행"

호르무즈 해협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선박 통행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로 인해 국제 에너지 공급망과 글로벌 경제에도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데이터를 인용해 전쟁 전 하루 평균 130척에 달했던 호르무즈 해협 통행 선박 수가 지난 21일 단 1척으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22일에는 더 많은 선박이 통행을 시도했지만, 이란이 상선 3척에 발포하고 그중 2척을 나포하며 '무력행사'에 나서자 선박들이 일제히 기수를 돌렸다.

미군이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이란 내 1만3천여 곳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이란의 해협 봉쇄에 맞서 역봉쇄에 나섰지만, 이란은 여전히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미국과 이란이 종전협상에 나서고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밝히면서 선박들이 이동을 재개하는 듯했지만, 곧바로 이란이 미군의 역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단속 강화를 선언하면서 다시 상황이 나빠졌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이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란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로 풀이된다. 실제로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전 세계 가솔린, 디젤, 난방용 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이란의 선박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해협 통과를 시도하던 33척이 즉각 운항을 중단하고 회항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이란 연계 선박의 통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NYT는 짚었다.

해운 전문 데이터 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쟁 초기인 3월 2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이란 화물을 실었거나 제재 명단에 오른 이란 연계 선박 308척이 해협을 통과했다.

반면 이란과 무관한 선박은 같은 기간 90척 통과에 그쳤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이 미국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은 이란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항구를 입출입하거나 이란과 연계된 선박을 차단하는 '역봉쇄'를 시행 중이지만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미군은 현재까지 이란 연계 선박이 봉쇄망을 뚫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최소 7척의 이란 연계 선박이 미국의 봉쇄망을 뚫고 통과했다.

미군은 아파치 공격헬기를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배치해 위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정작 미 해군 주력 함정들이 이란의 보복을 우려해 해협 안쪽에서 직접적인 호송 작전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 선사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독일 해운사 하파그로이드의 안데르스 보에네스 상무이사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앞두고도 이란의 공격이 발생했다"며 "사전 경고 없는 공격으로 인해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3척을 공격하고 그중 2척을 나포한 것이 현재 유지되고 있는 휴전을 깰 만큼의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들은 미국 선박도, 이스라엘 선박도 아니었다"며 이란의 이번 공격이 휴전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란과의 종전협상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이란의 이번 행위를 이유로 판을 깨지는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MSC-프란세스카호와 에파미논다스호가 필요한 허가 없이 분쟁 해역을 통과하려고 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선박을 이란 연안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프란세스카호는 파나마 국적을 달고 스리랑카를 향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에파미논다스호를 관리하는 그리스 해운사 테크노마르는 성명을 통해 라이베리아 국적의 이 선박 승무원들은 모두 안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NYT는 MSC-프란세스카호와 에파미논다스호에 더해 제3의 화물선인 유포리아호가 같은 날 이란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이 선박은 이란이 지정한 승인 항로인 라라크섬 인근을 지나던 중 여러 차례 멈추거나 급격히 방향을 틀었는데, 이는 이란 당국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선박은 오후 늦게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미국과의 대화에 열려 있는 입장이라면서도 미국이 약속 위반과 지속적인 봉쇄, 끊임없는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외교적 노력이 교착된 가운데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의 끝없는 위선적 메시지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이란을 겨냥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로 현재까지 총 29척의 선박에 대해 회항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여러 상선이 미군의 봉쇄를 피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미군은 전 세계적인 작전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중동은 물론 그 밖의 해역에서도 봉쇄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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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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