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손주 볼 날 기다리다가…3명 살리고 떠난 60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둘째 손주를 안아볼 날을 기다리던 60대 남성이 세상을 떠나며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월10일 서울 고려대학교구로병원에서 김기웅(67)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양쪽)을 기증했다고 21일 밝혔다. 생전에 김씨는 외동딸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뜻에서 아내와 함께 연명치료 거부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 1월8일 회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상태가 점점 나빠져 뇌사 판정을 받았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김씨의 외동딸 김윤지씨는 아버지가 쓰러지던 날 산후조리원에 머물고 있었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으나, 끝내 아버지가 깨어나는 걸 보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둘째 손주를 보기 위해 미리 예방접종을 하고 딸의 몸조리가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가족들은 김씨를 성실한 가장, 따뜻한 아빠로 기억했다. 딸 김윤지씨는 “아버지는 평소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셨다. 아버지라면 장기기증이라는 선택을 주저 없이 ‘잘했다, 가는 마당에 좋은 일 하고 가면 더 좋지’라고 말씀하실 분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일해온 김씨는 특히 딸에게 매우 자상했다고 한다. 퇴근길에 딸과 큰손주가 좋아하는 빵과 과일을 사서 들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김윤지씨는 “제 친구들이 늘 부러워하는 아빠였다”고 말했다.

김윤지씨는 “아빠가 떠나고 그 빈자리를 느끼니 나도 아빠처럼 선하게 살고 싶어졌어. 아주 먼 훗날 다시 만나는 날, 각자의 자리에서 참 행복했다고 웃으며 인사하자. 고맙고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아버지의 장기를 기증받은 분들에게는 “남은 삶 아픔 없이 행복하셨으면 좋겠고, 아버지의 선한 발자취를 이어가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아버지가 마지막 가는 길에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되어 장기기증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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