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수익률 저조의 원인이 가입자 개인의 무관심이 아닌 ‘제도의 설계 결함’에 있다는 공감대가 정재계에 형성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수탁자 책임 강화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방향이 금융사들의 경쟁을 장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욱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퇴직연금 정책 방향 평가 및 수익률 제고를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 그간의 퇴직연금 운용 실태를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며 제도적 보완을 촉구했다.
남 과장은 “입사하자마자 충분한 설명 없이 DB·DC형이나 금융사 선택을 강요받고 방치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근로자들의 인식이 부족했다든지 무관심했다는 표현보다는, 제도의 섬세한 배려가 조금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는 관점에서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기금형 도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노동자들에게 선택권을 추가로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 노사 등이 참여하는 실무 작업반을 구성한 상태다. 남 과장은 “실무 작업반은 노사 공동 선언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기금형 도입과 퇴직급여를 회사 밖 금융기관에 적립하는 사외적립 의무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도 인출 문제에 대해서는 퇴직연금 담보 대출의 활성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제도 개편에 발맞춰 금융회사의 운용 역량을 끌어올리고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기복 금융감독원 연금감독실장은 기금형 퇴직연금의 안착을 위해 ‘책임 경영’과 ‘감독 강화’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김 실장은 “제도 설계에 있어 가장 핵심은 수탁자 책임으로 보고 있다”며 “노동자나 사용자를 대신해 기금을 운영해 주는 수탁법인이 가입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제도를 운영하는 방향,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관리 감독 체계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상품을 나열하는 기존의 계약형 방식을 넘어, 운용 주체가 가입자의 수익률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향후 기금형 제도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금융기관들이 수탁자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밀착 감시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는 노사정이 처음으로 뜻을 모은 2월 ‘공동 선언’의 연장선상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편 퇴직연금 1위 사업자인 신한은행의 임제홍 퇴직연금솔루션부 부장은 “신한은행은 기금형과 계약형의 공정 경쟁을 전제로 민간 사업자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며 “기금형이 계약형의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토론회를 개최한 김승원·박상혁·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퇴직연금 수익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들을 바탕으로 국회 차원의 입법적,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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