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영화 흥행의 모든 공식이 깨지는 극장 침체기를 겪으면서도 단 하나의 예외를 찾는다면 공포 장르다.
신인 감독과 배우들이 주로 도전하는 장르 특성상 적은 제작비와 10~20대 고정 팬들 덕에 꾸준히 만들어지고 소리 없이 관객몰이를 해왔다. 김수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170만명을 동원한 ‘노이즈’(2025)가 대표적이다. 한국 영화 개봉작이 역대급으로 적은 올해도 공포 영화는 꾸준하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귀신 부르는 앱: 영’은 단편 옴니버스 구성에 씨지브이(CGV) 단독 개봉인데도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4월엔 한국 공포 영화뿐 아니라 할리우드 기대작들도 줄줄이 개봉한다. 공포 영화는 여름이라는 흥행 공식이 깨진 지 오래지만 4월에 주요 기대작이 모인 것도 이례적이다. 학교 중간고사 시기여서 시험을 끝낸 10대들의 발걸음을 끌어내려는 개봉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살목지’는 옴니버스 영화 ‘귀신 부르는 앱: 영’의 단편 ‘고성행’을 비롯해 꾸준히 공포 단편 작업을 해온 기대주 이상민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공포 예능 ‘심야괴담회’(MBC)에도 등장한 공포 체험 유튜버들의 성지순례지인 실존 장소 살목지를 소재로 가져왔다. 실재하는 장소를 찾아간다는 설정으로 큰 성공을 거둔 ‘곤지암’(2018)과 유사한 출발점이다.
로드뷰 제작 업체의 살목지 지역 촬영분에 귀신처럼 보이는 형체가 포착되자 피디 수인(김혜윤)은 재촬영 지시를 받고 촬영팀을 꾸려 현장에 간다. 저수지에 도착한 뒤 종적을 감췄던 선배 교식(김준한)을 만나고, 카메라 촬영을 실시간으로 보는 모니터에는 무언가 자꾸 나타난다.
첫번째 관전 포인트는 저수지 괴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물귀신의 다채로운 모습이다. 두번째는 로드뷰 촬영이라는 영리한 설정을 통해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로 비추는 저수지 주변의 음침한 분위기가 현장에 있는 듯한 긴장감을 준다는 점이다. 광각렌즈로 찍은 화면은 평범한 길을 기괴하게 왜곡해 갇힌 듯한 느낌을 주고, 360도 파노라마 뷰 카메라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을 제공한다. 공포만 꾸준히 파온 감독의 연출적 역량이 잘 발휘됐다.

외국 영화로는 지난 1일 30년 역사의 ‘스크림’ 시리즈 7편이 돌아온 데 이어, 오는 22일 공포 영화 전문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리 크로닌의 미이라’가 개봉된다. 이집트 역사나 비밀스러운 고대 문명과 상관없는 현대 배경의 이야기다. 8년 전 이집트 사막 여행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어린 딸 케이티를 극적으로 찾은 기쁨도 잠시, 변한 딸의 이상한 행동은 집 전체를 공포에 빠뜨린다.
넷플릭스도 ‘영 어덜트 호러’를 표방한 한 공포 시리즈를 처음 내놓는다. 오는 24일 공개하는 ‘기리고’는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정, 첫사랑, 시기, 질투 등 또래들의 감정과 저주, 죽음, 복수 등 공포 소재를 결합한 8부작 오리지널 드라마다. 배우 노재원과 전소니가 무당으로 등장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