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다른 지역에 있는 구급차들도 광화문에 지원을 나갈 텐데, 결국 다른 지역은 평소보다 적은 구급차로 대응해야 하잖아요. 차가 부족하니까 (남은 소방관들은) 출동이 많아질 텐데, 그렇다고 배치를 안 할 수도 없고….”
방탄소년단(BTS·비티에스) 컴백 공연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소방관은 민간행사에 대규모 소방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고충’이 적잖다고 했다. 비티에스 공연에 최대 26만명(경찰 추산)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1일 광화문 일대에는 200여대 소방차와 구급차를 비롯해 경찰·소방·서울시 등 공공 인력이 1만명 넘게 투입될 예정이다. 광화문 일대는 교통이 통제되고, 시민들의 공용공간은 운영을 멈춘다. 세계 각지의 ‘아미’(비티에스 팬덤)가 모이는 만큼 안전 관리가 불가피하지만, 민간 행사를 이유로 대규모로 행정력을 동원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은 이유다.
광화문 일대는 공연 전날 밤부터 교통 통제가 시작된다. 시내버스는 20일 밤 9시부터 우회 운행을 시작하고, 당일 오전에는 인근 지하철역(광화문역·시청역·경북궁역)의 출입구가 순차적으로 폐쇄된다. 광화문역은 오후 2시부터, 시청과 경복궁역은 오후 3시부터 행사가 끝나는 밤 10시까지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한다. 공연 당일 광화문 인근에서 결혼식장에 참석하는 신아무개(36)씨는 “교통이 걱정”이라며 “비티에스가 한국을 알린 스타이기는 하지만 공연을 꼭 서울 한복판에서 해야 하나 싶다. 안전하게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경찰, 구청 공무원들까지 다 투입되는데 소속사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행정력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여타 지역의 치안·안전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중구청은 공연 당일 공무원 2600명을 투입한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비티에스를 탓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 홍보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 행사로 인한 공백으로 피해를 받으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을 텐데, 서울시민을 위한 안전서비스 공백을 방치하는 행사 주체를 규탄한다”고 적었다.

수십만명이 광화문으로 모인다고 광화문 인근 상인과 직장인들이 모두 ‘비티에스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복궁역과 광화문역에서 음식점 두 곳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1)씨는 “교통 통제 때문에 일주일 사이에 예약 7∼8건이 줄줄이 취소돼서 한 곳은 임시 휴무 공지를 올렸다”며 “편의점은 비티에스 특수를 누릴 수 있지만, 우리처럼 상견례 손님이 많은 곳은 그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에 직장을 둔 곽아무개(33)씨는 “일이 바쁜 기간이라 토요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인데 공연 때문에 출·퇴근 동선도 막히고 불편할 것 같아서 동료들과 논의해 다른 지역에서 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규모 행정력 동원에 앞서 행사에 직접적인 수혜를 누리는 민간 차원의 안전계획 수립이 충분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는 행사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 책무이지만, 안전대책의 필요성이 곧 공무원 대규모 차출의 정당성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대규모 행사의 안전관리에 대한 1차 책임은 주최 쪽에 있다. 충분한 민간 안전인력 확보와 자체 안전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하며, 그 범위를 넘어선 인력 동원은 명백한 행정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