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도 자식은 저렇게 안 대할 것 같은데?”…‘4개월 아기 사망’ 엄벌 탄원 2천건

아기를 때리려는 시늉을 하며 주먹으로 위협하는 친모 ㄱ씨의 모습.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친모가 생후 4개월 아동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여수 4개월 영아 살인사건’과 관련해 피고인들을 엄벌해달라는 탄원서가 법원에 2200건 이상 접수됐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3일만에 약 2만8000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8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에는 아동학대살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친모 ㄱ씨와 아동학대 방임 혐의 등을 받는 친부 ㄴ씨를 엄벌해달라는 엄벌 진정서와 엄벌 탄원서 등이 2200건 넘게 제출됐다.

ㄱ씨는 지난해 10월22일 전남 여수시에 있는 본인의 집에서 4개월된 아들을 폭행한 뒤 유아용 욕조에 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ㄱ씨는 자택 욕실에 아기를 방치한 뒤 텔레비전을 보다가 욕조에 빠진 아기를 뒤늦게 발견했다고 진술했지만, 아기의 몸에서는 학대 정황이 발견됐다.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홈캠 영상에는 사건 당일을 비롯해 지속적인 아동학대 정황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ㄱ씨는 누워 있는 아기 얼굴을 밟거나, 양 발목 또는 양팔만 잡은 채 아이를 흔들고 다니다 바닥에 던지듯 눕혔다. 침대로도 여러 차례 아기를 내팽개치고 누워 있는 아기를 향해 주먹을 쥐고 때릴 듯이 위협하기도 했다.

아이를 발로 밟는 ㄱ씨의 모습.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앞서 지난달 28일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 사건을 조명하고 홈캠 영상을 공개하자 온라인에서는 ㄱ씨 부부의 엄벌을 촉구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ㄱ씨 부부의 재판 사건번호 등을 공유하며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는 탄원서를 보내자는 글을 올렸고, 방송 이후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2200건의 엄벌 촉구 탄원이 이어졌다.

생후 133일만에 세상을 떠난 아기의 유골함이 추모의집에 놓여있다.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5일에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이 사건과 관련한 ‘아동학대 처벌 강화 요청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고 3일만에 약 2만8000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자신을 17살 학생이라고 소개한 청원 작성자는 “아기는 스스로를 지킬 힘도, 말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 연약한 존재다. 어린 영아를 대상으로 한 학대는 절대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동학대 치사 및 중상해 범죄의 법정형 상향 △영아(만 1살 미만) 대상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 강화 등을 주장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공개된 뒤 30일 이내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청원이 접수되고,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출연해 아기의 사망과 관련해 자문했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방송 뒷이야기를 밝히며 “피고인을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영상 100개와 아기가 병원에서 진료 받은 의무 기록들을 받아서 어떤 상태였는지를 검토했다”며 “머리, 가슴, 배 어디 하나 성한 것이 없고 23군데 골절 이런 상황 자체도 끔찍했지만 아기가 받은 치료의 과정들(도 끔찍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무 기록지들은 아이의 피와 의료진의 땀으로 적셔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유튜브 ‘산소형제티브이(TV)’ 갈무리

이 교수는 홈캠 영상과 관련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AI(인공지능) 아니야? 거짓말하지 마! 설마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저렇게 안 놀 텐데? 악마도 자기 자식은 저렇게 안 대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흐린 홈캠 화면 너머로 보이는 아이의 눈빛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듯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구역질이 나와서 자료를 검토하면서도 계속 멈추기를 반복했다”며 “차마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실 방송에서는 가장 끔찍한 장면들은 나오지도 않았다. 더 심각한 장면들이 많았고, 잔인한 장면들은 중간중간 편집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유튜브 ‘산소형제티브이(TV)’ 갈무리

이 교수는 “친모의 직업이 물리치료사인데, 그 부분이 정말 화가 났다. 물리치료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데, 신고 의무자가 자기 자식을 학대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이런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는 아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이런 사람들이 아동학대를 하면 가중 처벌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인터뷰했는데 방송에는 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방송에 대해 가족들이 방송국에 소송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ㄱ씨 부부에 대한 결심 공판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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