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디, 케이(K)팝의 개척자.”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곡 ‘골든’으로 케이팝 최초 그래미 수상자가 된 ‘더블랙레이블’의 프로듀서들은 수상 소감에서 소속사의 수장을 먼저 언급했다.
올해 그래미에서 더블랙레이블의 존재감은 유난히 선명했다. 회사 창작진이 만든 ‘골든’이 주요 부문인 ‘송 오브 더 이어’ 후보에 올랐고, 소속 가수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협업곡 ‘아파트’(APT.) 역시 같은 부문 후보에 포함됐다. 한 회사에서 그래미 핵심 부문에 두곡을 동시에 올린 것이다.
더블랙레이블은 2016년 테디가 설립한, 직원 130여명 규모의 중소 기획사다. 하이브, 에스엠(SM), 제이와이피(JYP), 와이지(YG) 같은 대형 기획사와 비교하면 조직 규모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최근 몇년 새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제작 스튜디오로 떠올랐다.

중심에는 프로듀서 테디가 있다. 1990년대 말 와이지의 힙합 그룹 원타임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제작자로 전향해 케이팝 사운드를 설계한 대표적 인물로 떠올랐다. 빅뱅, 투애니원, 블랙핑크의 히트곡 상당수가 그의 손에서 나왔다. 강렬한 베이스와 직선적인 훅, 비트 드롭 직전의 긴장감을 특징으로 하는 ‘테디 사운드’는 글로벌 팝 시장에서도 손색없을 정도로 케이팝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소속 가수들은 ‘짱짱’하다. 빅뱅 태양, 전소미, 로제 같은 스타 아티스트와 함께 미야오, 올데이 프로젝트 등 신인 그룹이 함께 포진해 있다. 음악적 영향력은 대형 기획사 못지않다.

그래미 이후에도 계속 성과를 내고 있다. ‘아파트’는 최근 영국 브릿 어워즈에서 ‘인터내셔널 송 오브 더 이어’를 받으며 케이팝 아티스트 최초 수상 기록을 세웠다. 블랙핑크의 새 미니앨범 ‘데드라인’에도 테디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여전히 글로벌 팝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신인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혼성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데뷔 직후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케이팝 시장에서 성공 사례가 드문 혼성 그룹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더블랙레이블이 케이팝 대세로 떠오른 이유는 단순히 히트곡을 만드는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이 회사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케이팝 제작 시스템을 다시 ‘음악 중심 구조’로 되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 기획사들이 플랫폼 사업, 팬덤 서비스, 공연 산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사이 더블랙레이블은 음악 자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힘을 보탰다. 과거에는 대형 기획사가 지상파 방송과 협력하고 유통망을 장악해야 가수를 알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에스엔에스(SNS)와 영상 플랫폼을 통해 세계 시장에 직접 음악을 내보낼 수 있게 됐다. 더블랙레이블 같은 신생 회사도 얼마든지 홍보가 가능해진 것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케이팝 업계의 이해도가 높은 테디가 독립 뒤 해외 음악가들과 꾸준히 협업하면서 노하우를 더욱 축적한 것이 지금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후배 프로듀서들을 발굴해 팀을 꾸리는 능력과 힙합 크루 문화에서 비롯된 협업 구조가 더블랙레이블의 강점”이라고 짚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