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과로사 장덕준’ 영상서 ‘일 안한 증거’만 초 단위로 찾았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앞 배송차량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2020년 10월12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씨 과로사 조사와 관련해 정부가 제출을 요청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분석 과정에서도 ‘열심히 일하지 않은 증거’를 찾는 등 산재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영상을 제출받았는지, 쿠팡에 요청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6일 한겨레가 입수한 쿠팡 내부 전자우편 자료를 보면, 2020년 10월29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장씨가 근무했던 날짜(9월17일, 9월29일, 10월1일, 10월5일)의 근무영상을 외장하드에 담아 11월3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국회 국정감사(2020년 10월26일)를 대비해 장씨가 숨지기 직전 6일 동안의 근무영상을 분석했던 쿠팡은 11월2일 홍보팀과 물리보안팀 직원들이 다시 작업에 나선다. 이때 활용한 분석 양식은 국감을 대비해 김 의장이 “장씨가 열심히 일했다는 메모를 남기지 말라”며 지시할 때와 같다. 영상 속 장씨를 확인해 근무중 물 먹으러 가거나,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 빈 수레로 이동한 시간 등을 날짜마다 분·초 단위로 정리한 것이다.

쿠팡 홍보담당 임원 이아무개씨는 11월3일 전자우편에서 “관리자 또는 상급자가 고인을 압박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고인은 스스로의 의지로 현장을 지원했다”, “해당 업무가 과도하게 힘든 작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결과를 요약했다. 이씨는 이어 “고인이 다른 직원들보다 현저히 더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 이 점은 강조돼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직원 보호 조처 없이 지게차가 근접 운행되는 장면이 확인돼, 감독관이 문제제기할 가능성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수신자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으로 하는 씨에프에스 명의의 공문을 작성해,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11월4일 제출하기로 했다. 해당 공문에는 “영상자료는 귀 청(대구노동청)의 공식 사용 목적에 한해 사용된다. 법률의 범위를 넘어 제3자에게 전송하거나 공유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이어 “다른 정보와 교차참조하는 방법으로 영상에 등장하는 고인을 제외한 인물의 신원 확인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기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쿠팡 내부 전자우편 내용을 종합하면, 쿠팡은 공문과 함께 영상을 대구노동청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부는 쿠팡에서 영상을 제출 받았는지, 요청한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당시 감독에 참여한 근로감독관은 특정한 날짜의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열람한 사실은 있으나, 외장하드에 제출할 것을 요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쿠팡이 영상을 담았다는 외장하드나, 대구노동청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공문 역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노동부의 입장이다. 노동부가 씨에프에스를 상대로 장씨의 사망 원인 조사를 벌이면서 관련 기록을 보존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이용우 의원은 “장덕준씨 과로사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는데도 당시 노동부의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라며 “김범석 의장이 산재 은폐를 지시하는 등 본사까지 총 동원돼 대응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는 어떤 조사를 했는지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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