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17일 충남 서산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7월 평년(1991~2020년) 강수량이 274.6㎜인 지역에 그 1.6배나 되는 438.9㎜의 비가 하루 만에 내렸다. 빗발이 거셀 때는 한시간에 114.9㎜나 쏟아졌다. 앞서 2024년 9월21일 경남 창원에는 397.7㎜의 비가 내렸다. 같은 날 진도군에서 시간당 최대 112.2㎜가 쏟아졌다. 극한호우가 잦아지고 있다.
2025년 6월 강원도 강릉에선 낮 최고기온이 33.0도 이상인 날이 6일이나 됐다. 6월 폭염일수가 전년의 5일에서 하루 더 늘었다. ‘6월 폭염’은 2000년에도 6일이었지만, 이번엔 최고기온이 36.1도(30일)로 35.8도였던 2000년(6월20일)보다 높았다.
한반도 기후지도에서 아열대권의 북상은 단순히 각 지역의 평균기온 상승만을 뜻하지 않는다. 날이 따뜻해져서 바나나와 파파야, 애플망고를 재배할 수 있게 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폭염과 폭우 등 기상이변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폭염이 훨씬 잦아지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은 폭염 관측일수(전국 관측지점 합계)를 5년 단위로 보면, 1976~1980년 175일(연평균 35일)에서 1996~2000년 241일(연평균 48.2일), 2021~2025년 360일(연평균 72일)로 증가했다. 2024년엔 94일에 이르렀다.

서울의 경우 폭염이 가장 많은 달이 8월에서 7월로 앞당겨지고 있다. 2016~2020년에는 7월에 29일, 8월에 58일이었다. 2021~2025년에는 7월에 48일, 8월에 44일로 7월에 더 많았다.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시간당 70㎜ 이상 비가 내린 기록을 보면, 1976~1980년 12차례에서 1996~2000년 21차례, 2021~2025년 41차례로 늘었다. 시간당 100㎜ 이상 비가 내린 기록도 2016~2020년 4차례에서, 2021~2025년 8차례로 늘어났다.

기온 상승 속도가 빨랐던 지역에서는 다른 기상이변도 나타나고 있다. 강릉엔 지난여름(6~8월) 평년 강수량(661.6㎜)의 28%에 불과한 187.9㎜밖에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될 정도였다.
충북 청주는 1975년에서 2024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연평균 기온의 상승 폭이 원주 다음으로 컸던 곳이다. 청주가 속한 충청북도에선 2024년 4월 평균기온이 15.2도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따뜻했는데, 그해 겨울(2024년 12월~2025년 2월)엔 눈 내린 날 수가 총 38일로 최고 기록을 고쳐 썼다. 평년(23.2일)보다 14.8일이나 많았다. 충북에선 4월 강수량이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