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은 뒤에야 비로소 그 사람이 얼마나 외롭게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네요. 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는 2021년 1,845명에서 지난해 4,310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그 배경에는 고령화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관계의 단절이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가족이 있는데도 어떻게 마지막을 혼자 맞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서로를 사랑하거나 돌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혈연은 선택할 수 없지만 관계는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해서 그 관계가 저절로 따뜻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함께 살아온 시간 속에서 쌓인 상처와 갈등, 경제적인 문제들이 어느 순간 혈연보다 더 큰 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받을 재산이 없으니 부모와 연을 끊는다’는 표현은 씁쓸하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정말 사람들이 돈 때문에 가족을 버리는 것일까요. 어쩌면 돈은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약해진 관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하나의 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에게 아무런 정서적 의미가 남아 있지 않은 관계에서 경제적인 부담까지 커진다면,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만으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단순히 요즘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가족애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가족을 가장 마지막까지 나를 책임져 줄 공동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가족이 담당하던 돌봄의 역할을 더 이상 가족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자녀 역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고, 부모 역시 자녀에게 자신의 노후를 전적으로 의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가족의 의미를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붙잡기보다, 가족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사회가 어떻게 함께 나눌 것인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았던 것은 사람의 마지막 순간이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평가하는 장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혼자 죽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사랑받지 못한 사람인 것은 아닐 것이고, 가족이 찾아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가족이 없었던 것도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한 사람의 삶이 죽음의 순간에 ‘무연고’라는 두 글자로 정리되어 버리는 것이 더 안타까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