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매도…일부 산업재·금융주는 매수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매도세가 11월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19조5000억원 넘게 팔아치운 데 이어 이달 첫 4거래일에만 약 8조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일평균 순매도 규모는 10월의 두 배를 넘어섰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0월 국내 증시에서 19조5423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에서 18조6756억원, 코스닥에서 8666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20거래일 기준 일평균 순매도액은 9771억원이다.
11월 들어 매도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외국인은 2일부터 5일까지 4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 7조952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에서 7조7741억원, 코스닥에서 1784억원을 팔아치웠다. 일평균 순매도액은 1조9880억원으로 10월보다 103.5% 증가했다. 불과 4거래일 만에 지난달 전체 순매도액의 40.7%에 해당하는 물량을 쏟아낸 셈이다.
매도세는 코스피에 집중됐다. 11월 첫 4거래일 코스피 일평균 순매도액은 1조9435억원으로 10월 평균 9338억원보다 108.1% 늘었다. 반면 코스닥 일평균 순매도액은 433억원에서 446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에 집중된 모습이다.
종목별로는 반도체 투톱에 매물이 쏠렸다.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종목별 순매매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3조9222억원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에서도 5조9433억원이 빠져나갔다. 두 종목의 합산 순매도액은 19조8655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했다.
SK스퀘어와 삼성전기, 삼성전자우 등 반도체 관련 종목도 순매도 상위권에 올랐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5일에는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5% 넘게 하락했다.
반면 외국인이 모든 종목을 무차별적으로 처분한 것은 아니다. 삼성E&A는 4209억원 순매수하며 매수 상위에 올랐다. SK와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3749억원, 3586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하면서 일부 산업재와 금융주에는 선별적으로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AI와 비AI 업종 간 차별화가 심화한 시장 상황과도 맞물린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가운데서도 종목별 투자 방향은 달랐다.
외국인의 매도 행진이 언제 멈출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의 AI 규제 우려와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 변화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과 글로벌 자금 흐름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 급락과 외국인 장기 순매도가 겹쳤던 사례를 보면 외국인의 추세적인 순매수 복귀까지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 축소와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