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서 3만명 동맹휴업·시위 “전쟁엔 돈 쓰며 청년 복지 삭감하나”

4일(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의 의회 앞에서 학생들이 교육 예산 삭감에 반대해 시위에 참여한 가운데, 한 참가자가 ‘모든 학생에게 SU(학생생활지원금)를’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덴마크 정부가 국방비 증액과 함께 학생 학업지원금 삭감을 추진하자 수만 명의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학생들은 부모의 경제력에 관계없이 교육받을 기회를 뒷받침해온 제도를 후퇴시키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4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통신과 덴마크 코펜하겐포스트 등을 보면,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표하는 11개 학생단체는 이날 코펜하겐 시청 광장에서 의회가 있는 크리스티안스보르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더는 못 참겠다”, “약속을 저버렸다”고 외치며 “에스우(SU·학생생활지원금)를 지켜라”, “교육 예산 삭감을 중단하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주최 쪽에 따르면 덴마크 전역의 학교 57곳에서 학생 약 4만명이 집단 수업 거부에 참여했으며 코펜하겐 시위에는 약 1만2000~1만3000명이 참가했다. 일부 현지 언론에선 3만여명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코펜하겐 집회는 경찰이 대거 배치된 가운데 평화롭게 진행됐다.

논란의 중심은 에스우 삭감이다. 1970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청년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받도록 뒷받침해왔다. 현재 부모와 동거하는 학생은 월 1154크로네(약 23만원), 독립해 사는 학생은 월 7426크로네(약 150만원)를 받는다.

정부는 부모와 동거하는 학생의 지원금을 부모 소득에 따라 줄이거나 없앨 계획이다. 부모의 연간 합산 소득이 71만77크로네(약 1억4300만원)를 초과하면 지급을 중단하고, 41만9589~71만77크로네 사이이면 소득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삭감한다. 덴마크 고등교육부에 따르면 약 1만4000명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8000명이 감액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덴마크 정부가 국방비 증액을 위해 학생 생활지원금 삭감을 추진하는 데에 반발했다. 농학을 전공하는 학생 키어런 힌드쇼(23)는 아에프페에 “기업 감세와 전쟁에는 돈을 대면서 우리의 복지와 청년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삭감한다니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특히 좌파 정당들이 참여한 정부가 자신들에게 와야할 혜택을 줄이는 데 대해 배신감을 드러냈다. 사회민주당·자유당·중도당이 참여한 중도 연정 체제였던 덴마크는 지난 3월 총선 이후 6월에 중도좌파 연립정부가 출범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가 유임된 가운데, 기존 중도 연정에서 자유당이 빠지고 중도좌파인 사회주의인민당과 사회자유당이 새로 참여했다.

지원금 삭감이 학업과 생활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로스킬레 김나지움 학생회 임원 이다 데인은 덴마크 리차우 통신에 자신은 아르바이트로 버틸 수 있지만 “친구들 중에는 공부와 일을 병행할 시간과 여력이 없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1인당 5000크로네(약 100만원)가 드는 스톡홀름 현장학습 비용도 지원금과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고등학생협회 회장 오스카르 톤스베르 호프만은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교육제도 중 하나”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정 내 타협과 재정적 책임을 강조했다. 학생 지원금 제도에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피아 올센 뒤르 내무·경제장관은 “우리 당에서 나온 방안은 아니지만 연립정부 안에서 이룬 타협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마르틴 리데고르 산업장관도 “달가운 결정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책임 있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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