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울에 쓰레기통이 없다?…외국인 관광객 불만, 사실일까

쓰레기통 설치는 자치구 재량…중구·강남구 등 서울 자치구별 격차 커

서울 쓰레기통 7천142개…프랑스 파리 3분의1 수준

가로 쓰레기통
(서울=연합뉴스) 진수민 인턴기자 = 서울 중구 명동에 설치된 가로 쓰레기통.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진수민 인턴기자 = "한국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는 이유가 있나요?"

10월 23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독일인 관광객 레나씨는 "닭고기 꼬치를 버리기 위해 한 시간째 쓰레기통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며 "조금 전엔 가게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실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1천894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은 가운데, 쓰레기통 부족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중 주요 불편 사항으로 대두되고 있다.

도로변이나 보행로 등 공공 거리 공간에 비치된 '가로(街路) 쓰레기통'의 개수는 늘어나는 추세지만, 관광객이 몰리는 일부 지역에서는 쓰레기통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정말 길가의 쓰레기통이 부족한 것일까. 서울과 부산의 공공데이터와 해외 사례 등을 통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느끼는 '쓰레기통 부족'의 실태를 살펴봤다.

서울시청 인근에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관광 수요 반영 못한 쓰레기통…중구 146개 vs 강남구 992개

공공 쓰레기통을 어디에 얼마나 설치할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한다.

서울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쓰레기통을 설치할 때 인구와 관광 수요, 면적 등 여러 요인을 함께 따진다.

그러나 통계를 살펴보면 관광 수요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서울 생활인구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기준 단기 체류(90일 미만) 외국인이 가장 많이 머문 자치구는 명동이 있는 중구(시간당 평균 1만8천186명)다.

의료관광의 중심인 강남구(1만7천624명), 홍대·연남동이 있는 마포구(1만1천459명), 역사·문화 관광명소가 밀집한 종로구(9천755명)가 뒤를 이었다.

서울시 생활환경과가 제공한 서울 가로쓰레기통 현황을 보면 올해 9월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가로쓰레기통은 구별 평균 286개다.

중구에는 평균의 절반 정도인 146개가 설치돼 금천구(136개) 다음으로 적었다. 마포구(289개)는 평균 수준이었다. 반면 종로구에는 평균보다 많은 354개의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고, 강남구는 992개로 전체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쓰레기통 하나가 감당해야 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로 따져보면 9월 기준 서울 전체로는 한 시간 동안 쓰레기통 1개를 외국인 21명 정도가 나눠 쓰는 셈이다.

그러나 중구에서는 이 숫자가 5.8배인 125명으로 늘어나고, 마포구는 서울 평균보다 약 2배 많은 40명의 외국인이 쓰레기통 하나를 함께 쓰고 있다.

반면 강남구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중구 못지않지만, 쓰레기통도 992개로 많아 한 시간 동안 쓰레기통 1개를 사용하는 외국인(18명)이 서울 평균보다 적었다.

쓰레기통 1개당 단기체류 외국인 수(9월 기준)
[생성형 AI로 제작. 재판매 및 DB 금지]

단기 체류 외국인을 빼고 주민과 직장인 등 나머지 생활인구로만 계산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서울 평균은 쓰레기통 1개당 1천563명인데, 중구는 1천959명(1.3배), 마포구는 1천612명(1.0배)으로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중구와 마포구에서는 주민과 직장인 기준으로는 쓰레기통 수용 규모가 서울 평균과 큰 차이가 없지만, 외국인 관광객까지 감당하면서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구의 쓰레기통이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적은 것에 대해 "전체 면적이 작은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면적 단위로 보면 1㎢당 쓰레기통 수는 서울 평균 11.8개로, 14.5개인 중구는 평균보다 많다.

서울 다음으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부산의 경우 가로쓰레기통 수가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자치구별 격차도 크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16개 구·군의 가로 쓰레기통은 올해 1월 1일 기준 456개로, 5년 전인 2021년(604개)보다 150여개(24.5%) 감소했다. 수영구(177개)와 연제구(91개)에 절반 이상이 몰려 있고, 영도구와 북구, 기장군에는 한 개도 없다.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구가 관리하는 가로 쓰레기통은 7개뿐이다. 2020∼2021년 1개에서 지난해 말 8개로 늘었지만, 올해 다시 1개가 줄었다. 지난달 16일 기준 해운대 하루 총방문인구가 9만 9천명인 것을 고려하면, 가로 쓰레기통 1개가 하루 동안 약 1만4천명을 감당하는 셈이다.

부산시가 올해 8월 해운대 등 주요 관광지에서 외국인 관광객 34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응답자의 약 25%가 쓰레기통 부족이나 공중화장실 청결 문제로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명동거리의 외국인 관광객
10월 6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파리 2만4천개·마드리드 8만9천개…서울은 7천142개

해외와 비교하면 어떨까.

가로쓰레기통 수를 확인할 수 있는 도시 중 프랑스 파리시 자료에 따르면 파리 시내에는 서울(7천142개)보다 3배 넘게 많은 2만4천여개의 쓰레기통이 있다. 서울 면적은 파리보다 5.7배 넓다.

2025년 기준 파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인근 수도권을 포함해 약 2천320만명으로, 서울(약 1천485만명)의 2배가 채 안 된다.

서울과 면적이 비슷한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에는 지난해 약 66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했는데, 쓰레기통은 9만개가량으로 서울의 12배가 넘는다.

우리나라에 가로쓰레기통 수가 처음부터 적은 것은 아니었다. 1995년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이었다.

종량제 도입으로 종량제 봉투 대신 가로쓰레기통에 개인의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잦아지자 각 자치구는 가로쓰레기통을 치우기 시작했다.

1995년 7천607개였던 서울시 가로쓰레기통은 2007년 3천707개로 절반 넘게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주요 도심에 가로쓰레기통을 설치해 달라는 요청이 늘어나자 서울시는 2023년부터 가로쓰레기통 확충 사업을 벌이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는 취지로 올해 9월 기준 7천142개까지 늘렸으나, 아직 1995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종량제 봉투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늘린 강남구, 줄인 중구…지자체별 방침이 쓰레기통 수 갈라

그렇다면 지자체마다 가로쓰레기통 수가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로쓰레기통을 실제로 설치·관리하는 것은 자치구의 몫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관광지를 위주로 쓰레기통 설치를 권장하고 비용을 지원해왔지만, 쓰레기통 설치 개수를 강제할 수는 없다"며 "쓰레기통을 늘리면 그만큼 관리 인력과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자치구별 정책 방향이나 지역 특색에 따라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쓰레기통이 가장 많은 강남구는 서울시 방침을 적극적으로 따른 사례다. 강남구 관계자는 "2023년 8월 서울시로부터 가로쓰레기통 증설 및 관리 개선 계획에 관한 공문을 받고 그 기조에 맞춰 계속 늘려왔다"며 "쓰레기통을 늘리려면 재정이 필요하지만, 서울시가 협조를 요청한 만큼 우선순위에 두고 집중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구는 관리 문제로 명동과 같은 관광지 안쪽에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주변에 쓰레기가 모여 상인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설치했다가 철거하기를 반복했고, 명동 안쪽에 쓰레기통이 사라진 지는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구의 가로쓰레기통은 관광지가 아닌 버스정류장 주변 등에 주로 설치돼 있다.

대신 명동에서는 노점마다 종량제 봉투를 나눠주고, 음식을 사지 않은 행인도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쓰레기통이 없는 대신 인력을 동원해 쓰레기를 자주 치우고 있다"며 "당장 관광지 안쪽에 쓰레기통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명동거리 노점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 관광지에 쓰레기통이 적은 이유도 쓰레기통을 관리하는 구·군이 설치를 꺼리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쓰레기통을 직접 설치하지 않고, 매년 설치를 신청한 구·군에 가로쓰레기통이나 무단투기 감시카메라 설치 예산을 지원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쓰레기통보단 무단투기 감시카메라 예산을 많이 신청한다"며 "가로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주변에 무단투기가 많아지고 악취가 발생해 신청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관광 전문가는 지리에 익숙지 않은 관광객일수록 쓰레기통이 더 절실한 만큼, 관광객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쓰레기통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철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와 달리 서울은 최근 급부상한 도시라 관광 수요를 고려한 기반시설(인프라) 마련이 느렸다"며 "지금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계속 늘고 있는 시기에는 쓰레기통 확충을 통해 충분한 편의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bookmania@yna.co.kr, susky@yna.co.kr

※ 이 기사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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