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관광업계 고위 관계자는 2일 최근 전북 지역의 한 지방자치단체와 관광객 유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대형 글로벌 기업 사원들로 이뤄진 대규모 관광단의 유치를 위해 협력을 요청했으나, 이 지자체가 소극적인 태도로 나오며 결렬됐다. 이 관계자는 "주차같은 기본적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며 "대규모 관광단의 지역 활성화 효과를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4000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지역 관광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지역은 준비도, 의지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최근 주목받는 고부가 관광의 경우 지역에 아예 유치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ICCA(국제컨벤션협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제회의를 가장 많이 유치한 도시 중 50위권 안에는 서울(9위)과 부산(49위)이 전부다. 100위권 바깥으로 넓혀 봐도 인천(112위)이나 고양(339위), 수원(339위) 등 수도권의 도시 정도다. 지역의 소도시는 1곳도 없다.
고부가 관광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수요 자체는 점차 증가 중이다. 올해 규모만 1800조원에 이르는 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관광의 경우 의료관광과 함께 상대적으로 관광지가 적은 우리 관광시장의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분야다. 그러나 코엑스를 보유한 서울이나 벡스코가 있는 부산 등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MICE 역량을 갖춘 도시는 드물다.
관광업계에서는 지역의 의지가 너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자체와 지역 여행사가 주도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하지만 중앙 정부의 지원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달 한 여행사가 수백명 규모의 대규모 관광단의 여행지를 서울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관광단의 요구에 따라 지역 방문지를 물색했지만 대부분의 장소가 조건을 맞추지 못해 무산됐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지역 대다수 도시들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만한 시설도, 콘텐츠도 없다"며 "지난 9월까지 500만명에 가까운 외국인들이 지역으로 입국했지만, 대부분 대도시에만 머무르지 지역 소도시를 찾는 비중은 절반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지역관광 정책의 무게중심을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 같은 인식이 반영됐다. 막대한 돈을 지역 관광에 쏟아붓더라도 정작 시장의 키를 쥐어야 할 지역 업계가 소극적이라면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년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역 5대 관광권 조성에 투입하는 예산은 4100억원 규모다.
지역 대학의 한 관광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역 관광을 활성화해 우리 관광시장의 체질 개선을 꾀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옳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작 부족한 지역의 수용태세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점검해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