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미성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신다윤 교사는 올해 반 학생들에게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사용해본 적 있는지 물었다.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19명, 반 아이들 전체였다. 인공지능과 아이들의 첫 만남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교사의 고민이 시작됐다.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을 무조건 믿는 것은 위험하고, 책임 있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는 그는 직접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AI 시대, 교실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열린 서울 미래교육 포럼에서 신 교사는 자신이 교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의 사례를 발표했다. “학생들이 직접 탐구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가 만든 프로젝트 수업 이름은 ‘인공지능 재심위원회: 브로콜리 퇴출 사건’. 인공지능이 이 학교 급식에서 나온 최근 잔반 사진만 보고 브로콜리를 퇴출 메뉴로 권고했다고 가정하고, 학생들에게 이 판단이 옳은지 ‘재심’하게 했다. 학생들은 모둠활동 토론으로 어떤 인공지능 모델이 이런 판단을 내렸는지, 잔반량 말고 영양성분·식단 균형 등 빠진 데이터는 없었는지, 대안은 없는지 등을 검토했다. 학생들이 “직접 탐구”해 적어낸 최종 판결문에는 “인공지능이 일부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했고, 자료를 살펴보니 브로콜리가 빠지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다. 조리법을 다르게 하거나 가끔 나오는 방식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공지능이 내린 결론이라도 비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체득한 것이다.
신 교사는 반에서 친구들에게 스마트기기 관리·활용법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할도 뒀다. 학교에서 나눠준 디벗(교육용 태블릿피시)을 원래 목적에 맞게 잘 쓰고 있는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를 토론한 뒤,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겠다는 ‘가이드라인’도 자율적으로 만들게 했다. 신 교사는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처음 접하는 곳은 학교가 아닐 수 있지만, 인공지능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은 학교기에 앞으로 초중고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 체계에 대한 연계가 더 공고히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선 학교가 학생들의 인공지능 의존과 무분별한 사용을 멈출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호욱 서울 방학중 교사는 “‘멈출 수 있는 힘’을 아이들이 스스로 내면화할 수 있으려면 자율성과 자발성이 핵심”이라며 “학교에서 인공지능을 끄고 켜는 시간을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정하고, 수업시간에 어떤 부분에서 인공지능 도움을 받았는지, 그게 적절했는지 함께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의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 역량 강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김수환 총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는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현장에 정말 필요한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가 실현 가능하도록 선생님들을 서포트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들을 계속 만들어줘야 한다.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의 요구를 파악해 정책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