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연금 부부는 50∼70% 깎고, 다른 연금 부부는 100% 수령
국민연금·직역연금 간 중복급여 조정 사각지대…독일·벨기에는 합산 감액

[권도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남편이나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가족에게 지급되는 유족연금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부부가 둘 다 일반 국민연금을 받다가 한 명이 먼저 사망하면 남은 배우자는 자기 연금에 더해 숨진 배우자 유족연금의 30%만 챙길 수 있다. 두 사람이 공무원이나 군인, 교사처럼 같은 직역 연금을 받다가 사별한 경우에도 남은 사람은 유족연금의 절반인 50%만 받도록 법으로 깎고 있다. 나라에서 주는 연금을 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이 챙기지 못하도록 방지턱을 둔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은 국민연금을 받고 다른 한 사람은 공무원연금을 받는 부부라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쪽이 사망했을 때 남은 배우자는 자신의 연금은 물론 세상을 떠난 배우자의 유족연금까지 1원도 깎이지 않고 100% 전액 챙겨 받는다. 똑같이 평생 보험료를 내고 맞벌이해온 부부인데도 어떤 연금 제도에 가입했느냐에 따라 누구는 반토막 이상 난 유족연금을 받고 누구는 전액을 다 챙겨 받는 셈이다.

[자료: 국민연금연구원]
3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연구원 유현경 전문연구원과 이예인 주임연구원은 최근 '연금포럼'에 실은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유족연금 중복급여 조정: 해외사례 검토'란 연구보고서에서 이런 불합리한 유족연금 중복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일반 국민 대상 연금과 공무원 전용 연금을 따로 운영하더라도 서로 다른 연금이 겹치는 순간 깐깐하게 계산해 유족연금을 깎는다.
독일의 경우 세상을 떠난 배우자가 공적연금 가입자라면 남은 사람의 소득 수준을 꼼꼼하게 따진다. 기준선보다 많은 돈을 벌거나 연금을 받고 있다면 초과하는 금액의 40%를 유족연금에서 덜어내고 준다. 공무원 출신 배우자가 숨졌을 때도 남은 배우자의 연금과 합친 총금액이 일정 상한선을 넘어가면 넘친 만큼 유족연금을 깎아서 지급한다.
벨기에 역시 기준이 엄격하다. 세상을 떠난 배우자가 일반 회사원이든 공무원이든 상관없이 남은 사람이 타는 본인 연금과 유족연금을 합쳐 법이 정한 최고 한도를 넘으면 초과분을 유족연금에서 가차 없이 깎는다.
프랑스는 예외적으로 공무원 유족연금을 깎지 않고 다 주는 편이지만 이는 부부가 함께 살면서 쌓아 올린 연금을 물려받는 고유 재산권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 현지에서도 회사원 출신 유족은 소득을 따져 깎으면서 공무원 유족만 다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군인연금법을 고쳐 군인과 우체국 직원 사이의 유족연금 감액 제도를 바로잡았듯 일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이에도 동일하고 공평한 조정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연금을 남은 가족의 생계를 돕는 최소한의 지원금으로 볼 것인지, 부부의 공동 재산으로 볼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납득할 만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