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원일기, 한국인의 밥상 등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아버지 상을 대표해 온 ‘국민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6.
30일 최불암 배우가 이사장으로 활동했던 사단법인 제로캠프에 따르면, 최불암 배우는 전날인 29일 밤 10시30분께 입원 치료를 받던 서울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그는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2011년부터 14년간 진행한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다. 이후 재활치료에 힘써왔으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1939년생(호적상 1940년생)인 최불암 배우는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 중앙고와 서라벌예대·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그는 1959년 극단 ‘실험극회’에서 연극 ‘햄릿’으로 데뷔해 1965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텔레비전 드라마로 진출한 것은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뽑히면서다.
드라마 ‘제1공화국’(1981∼1982)과 ‘제2공화국’(1989∼1990)에서 80대의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하면서 시청자의 눈길을 끈 최불암 배우는 한국형 수사물의 시초격으로 18년간 방송된 MBC ‘수사반장’(1971∼1984, 1985∼1989)의 박영한 반장, 22년간 방영된 국내 최장수 드라마 MBC ‘전원일기’(1980∼2002)의 양촌리 김 회장 등으로 출연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으며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불암은 잠시 방송계를 떠나 정계에 발을 들이기도 했다. 그는 1992년 통일국민당 비례대표(당시 전국구의원)로 제14대(1992∼1996) 국회의원을 지냈다.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신한국당 후보로 서울 영등포을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뒤 1996년 ‘전원일기’를 통해 본업으로 복귀했다. 이후로도 ‘한국인의 밥상’ 등 교양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시청자와 만나면서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로 널리 사랑받았다. 그의 소탈한 이미지에 1990년대에는 최불암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유머 ‘최불암 시리즈’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최불암 배우는 오랜 기간 어려운 환경에 처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지원하는 활동을 이어온 사회활동가의 면모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또 미아 찾기와 희소병·난치병 어린이 돕기 특별 생방송에 출연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을 지내며 병마와 싸우는 어린이를 돕고 소년수형자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활동을 이어왔다.
최불암 배우의 장례는 그가 끝까지 힘을 쏟았던 사회공헌 활동의 뜻을 기리기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장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현재 알려진 장례위원회 구성안에 따르면,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위원 명단과 역할은 최종 확정 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장례는 대한민국 방송과 공연예술에 큰 발자취를 남긴 국민 배우를 추모하는 동시에, 오랜 세월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익을 위해 헌신한 사회공헌가의 삶을 기리는 취지로 진행될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차려진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김민자와의 사이에 아들 동녘, 딸 동비씨가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