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과 일본이 국민에게 비상 물자 비축을 권고하면서 국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만 조용하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각국의 조치는 전쟁보다 자연재해와 기반 시설 마비 등 다양한 위기에 대비하려는 취지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SNS(소셜미디어) 스레드에는 "전 세계가 비상 대응을 하라는데 왜 우리나라만 조용하냐"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영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최소 3일분의 식량과 식수를 비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전쟁이나 대규모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22일 비상 대비 캠페인 '비 레디(Be Ready)'를 시작하고 가정에서 최소 사흘간 생활할 수 있도록 식수와 비상식량, 손전등 등을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일본 정부도 오는 11월 2일 방재청 출범에 맞춰 국민에게 식량과 식수, 재난용 화장실 등을 최소 3일분, 가능하면 1주일분 비축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역시 지난해 3월 주민들이 비상 상황에서 최소 72시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자연재해와 감염병은 물론 지정학적 긴장과 사이버 공격 등으로 생활 기반 시설이 중단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유럽 각국이 최근 일제히 전쟁 대비에 나섰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팩트체크도 이뤄졌다. 스페인 공영방송 RTVE는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관련 SNS 게시물의 진위를 검증했다.
당시 엑스(X)에는 유럽 각국이 자국민에게 전쟁 대비를 요청했다거나 영국 정부가 시민들에게 통조림 식품과 식수를 비축하도록 촉구했다는 게시물이 확산했다.
그러나 RTVE는 해당 게시물에서 언급한 조치 상당수가 최근 발표된 것이 아니라 수개월 전이나 수년 전부터 추진돼 왔다고 지적했다. 각국의 비상 대비 권고를 근거로 유럽이 최근 일제히 전쟁 준비에 돌입했다고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각국의 비상 물자 비축 권고를 곧바로 전쟁 임박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비상 대비는 자연재해와 정전, 통신 장애 등 일상적인 재난에도 필요한 조치인 만큼 막연한 공포를 키우기보다 기존 지침을 확인하고 가정 내 비상용품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