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격전지-텍사스:
트럼프 심판론에 공화당 후보 고전…자금력 동원해 유세 총력

"솔직히 전당대회 때 시청률 떨어졌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공화당 상원 선거 후보로 출마한 켄 팩스턴 주 법무장관의 것으로 알려진 발언들이다. 폴리티코와 뉴욕타임스(NYT)의 지난달 보도로 알려진 이 발언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표밭이었던 텍사스에서 팩스턴 장관이 얼마나 고전 중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팩스턴 장관 측은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트럼프로 흥한 팩스턴, 트럼프로 망한다?
팩스턴 장관은 상원의원 후보를 정하기 위한 공화당 경선에서 5선 현역 존 코닌 의원을 꺾었다. 불륜과 권력 남용 의혹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파란을 일으킨 것. 팩스턴 장관은 마가(MAGA·트럼프 대통령 지지 세력) 충성파다. 2015년부터 주 법무장관으로 재직한 그는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바이든 전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반발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100번 이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텍사스 주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최고의 법무장관"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는 밝지 않다. 26일(현지시간) 여론조사 결과를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링에 따르면 팩스턴 장관은 지난 11일부터 실시된 10개 여론조사 중 9개에서 민주당 후보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 주 하원의원에게 열세였다. 지지율 격차는 1~4%포인트였다.
지지율 열세의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심판론이다. 텍사스 경제를 떠받치던 이민자 출신 노동자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을 피해 사라지자 건설업과 농업을 중심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침체 상태인 주택 시장 상황도 더욱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팩스턴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멕시코와 접한 국경 장벽을 완공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것.
다른 현안에서도 팩스턴 장관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 정책과 판박이다. 그는 여성의 낙태권을 부정하는 입장이다. 중산층 세금 부담을 덜겠다며 대규모 감세와 트럼프 계좌 제도 상설화를 공약했다. 트럼프 계좌는 지난해 1월부터 2028년 12월 사이에 태어는 미국 시민권자 신생아 계좌에 연방정부가 종잣돈 1000달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팩스턴 장관과 맞붙는 탈라리코 의원은 공립학교 교사 출신으로 2018년 29세에 최연소로 주의회 하원에 입성한 이력이 있다. 탈라리코 의원의 공약도 민주당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의료보험 확대, 이른바 '드리머'에 대한 시민권 부여 등 민주당의 입장에 부합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드리머는 청소년 시기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넘어온 불법 이주민을 말한다.
1월 보궐선거의 이변, 중간선거까지 이어질까
지난 1월 텍사스 주의회 상원 보궐선거는 중간선거 이변 가능성을 시사했다. 텍사스 주 상원 제9선거구 투표에서 테일러 레메트 민주당 후보가 리 웜스갠스 후보를 득표율 14%포인트 격차로 따돌리고 승리를 거둔 것. 상원 제9선거구는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을 득표율 17%포인트 격차로 물리친 곳이다.
탈라리코 의원이 승리한다면 1988년 이후 처음으로 텍사스에서 민주당 연방상원의원이 탄생하게 된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상원 다수당 지위 탈환에 한발 더 가까워진다. 현재 상원에서 47석을 점한 민주당은 4석을 추가하면 상원 다수당이 된다. 이에 현지 매체들은 충격적 결과라는 반응을 내놨다.
공화당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표심 지키기에 나섰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수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은 텍사스 유세에 1억4900만달러를 지출했다. 팩스턴 장관을 지지하는 외부 단체들의 지출액수는 2억3900만달러에 이른다. 민주당 단체들의 지출액수(4500만달러)의 5배가 넘는다. 공화당 수퍼팩 자금은 대부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기부금에서 나왔다. 그는 공화당 상원 수퍼팩에 1억5800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