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로 뒤집힌 오세훈, 다음 관문은 '민주당 3분의 2 의석' 시의회

내달 2일 정례회 개의·2027 예산심사…86조원 'G3 서울플랜' 시험대

청년AI·야간경제 예산 삭감 이어 한강버스 등 관심…민선9기 협치 숙제

서울시의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항소심 무죄로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제는 여소야대의 서울시의회라는 또 다른 관문과 마주하게 됐다.

시장직 상실 가능성이라는 불확실성은 크게 줄었지만, 민선 9기 핵심 정책을 실제 사업으로 옮기려면 예산과 조례 심의권을 쥔 시의회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 의석 118석 중 80석이 더불어민주당 의석이어서 3분의 2 가까이(68%) 차지한다. 오세훈 시장이 속한 국민의힘은 38석이다.

26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다음 달 2일부터 12월 23일까지 52일간 제340회 정례회를 개최한다.

이 기간 행정사무감사와 시정질문에 이어 민선 9기 첫 본예산인 2027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심의한다.

오 시장이 2심 무죄로 확보한 시정 추진력을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무대가 본격적으로 마련되는 것이다.

민선 8기 후반 국민의힘이 다수당이었던 때와 달리 오 시장으로서는 주요 사업마다 야당의 동의를 끌어내야 하는 정치적 환경에 놓였다.

가장 큰 시험대는 민선 9기 최상위 전략인 'G3 서울플랜'이 될 전망이다.

시민이 더 행복한 서울을 만드는 'G3 서울플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1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G3 서울플랜' 시민 보고회에서 플랜을 발표하고 있다. 2026.9.10 jin90@yna.co.kr

서울시는 2030년까지 총 86조1천억원을 투입해 건강안전·동행성장·주거안정·기회활력·공간혁신 등 5대 미래상 아래 20대 전략목표와 100대 핵심과제를 추진해 서울을 글로벌 3대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31만호 착공과 모아주택 4만호 착공, 공공주택 13만호 공급을 비롯해 '청년 인공지능(AI) 사다리', 외로움 없는 서울 2.0, 10분 운세권, 청년미래타운, 자율주행버스 500대 확대 등을 대표 사업으로 제시했다.

전체 사업비 가운데 시비만 53조7천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사업이 시의회 동의가 필요한 사업인 셈이다.

이들 핵심 사업은 상당수가 여러 해에 걸쳐 재정을 투입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사업인 만큼 향후 예산 편성과 조례 제·개정 과정에서 서울시와 시의회 간의 관계가 사업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미 민선 9기 초반부터 시와 시의회 간의 긴장 관계는 표면화한 상태다.

홍익대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서울생활 꿀팁 부스를 방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학생들의 취업과 대학 생활에 대한 고민을 듣고 서울시의 주요 청년정책을 공유했다. 2026.10.20 [공동취재] jieunlee@yna.co.kr

오세훈 시장이 임기 시작 후 첫 정책으로 내놓은 '청년 AI 성장권 지원 사업' 예산 56억2천500만원은 지난 추가경정예산 심사에서 전액 삭감됐다.

청년 50만명에게 생성형 AI 이용권을 지원하는 사업이지만, 민주당이 주도하는 시의회는 지원 범위와 대상자 선정 방식, 서비스 방식 등 구체적인 사업 설계가 충분하지 않다며 상임위 단계에서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또 다른 역점사업인 '야간경제 활성화' 예산도 삭감됐다. 서울시가 요청한 야간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품권 발행 예산 10억5천740만원과 콘텐츠 제작 예산 6천만원이 역시 상임위 단계에서 삭감됐다.

한강버스 사업도 다시 시의회 심사대에 오른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리베이트 의혹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사업 자체의 필요성에는 민주당 일각에서도 일부 공감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있어 향후 운영 지원 예산의 규모와 적정성을 놓고 시가 의회의 협조를 얼마나 끌어낼지 주목된다.

다만, 주택공급과 교통, 복지·안전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에서는 정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적지 않은 만큼 민생 경제 관련 정책에서는 협치 공간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무죄 판결 직후 기자들 앞에서 "시민 여러분의 믿음과 혜안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더 열심히 일해서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입장문을 내고 "시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삶의 질 특별시', 외로움 없는 서울, 약자 동행, 청년지원 등 오세훈 시장의 민선 9기 중점 정책들을 더욱 힘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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