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회담 또 외면할까…'적대적 두 국가'에 대화 여지 좁아

작년 11월 제안 때도 호응 없어…전문가 "대남노선과 충돌, 응할 가능성 낮아"

국경 요새화 완수하려면 MDL 안정은 필요…"유엔사 전면에 나서면 성사 가능성도"

북한 박정천·김여정, 남부 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 시찰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이 지난 20일 리일환 노동당 비서, 김여정 당 부장,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남부 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들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2026.10.21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이은정 기자 = 국방부가 23일 북한에 군사분계선(MDL) 불일치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남북 군사회담을 재차 제안하면서 북한이 이에 화답할지 주목된다.

국방부는 이날 김홍철 국방정책실장 명의 담화를 통해 MDL 위치 상호확인과 군 통신선 복원, 접경지역 우발충돌 방지 방안을 협의할 남북 군사당국 회담 개최를 북한에 공식 제안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MDL 이남에 매설된 북한군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이 다친 것을 언급하면서,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또 다른 피해나 우발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회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우 정전협정 이행관리를 맡은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3자회담도 가능하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현 정부 들어 북한을 상대로 공식 회담을 제의한 것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국방부는 역시 김홍철 실장 명의 담화로 MDL 기준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그간의 북한의 적대적 대남 태도를 고려하면 이번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21일 DMZ에서 북한이 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 3명이 다친 뒤 정부는 북한에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남북 대화 복원과 MDL 이견 해소를 위한 대화를 잇달아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장 명의 연쇄 담화를 통해 지뢰 폭발을 남측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하고 대화 제의도 일축했다.

계속되는 북한 '국경선 요새화' 작업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22일 군사분계선(MDL) 월선에 대응한 한국군의 경고사격에 거듭 반발하며 전(全) 국경선에 '새로운 대응 수단'이 임무 대기 태세에 들어갔으며, 대남 확성기도 수일 내 대기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천 강화군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접경 지역에서 북한 군인들이 전술도로 및 철책 건설 등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26.10.22 soonseok02@yna.co.kr

또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시위를 이어간 데 이어 최근에는 북한군의 MDL 월선에 대한 우리 군의 경고방송·경고사격에 반발해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까지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남측과 MDL 문제를 협의하는 자체가 기존 대남 노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도 이번 대화 제안에 응할 공산은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MDL 일대의 '국경선 요새화' 등 남측과 단절하기 위한 조치들을 이어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국경화 사업을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화에 응하게 되면 정전협정 체제에서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용인하고 다시 그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모양새가 된다"며 북한이 이번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이미 선택한 방향이고 되돌리기 힘든 선택"이라며 "어떤 조건을 내면서 회담을 제의하더라도 지금 국면에서는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접경지역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의 움직임에서도 긴장 고조에 대한 부담이 엿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여정 부장은 DMZ 지뢰 폭발 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열 차례나 담화·입장을 집중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MDL 일대 '국경 요새화' 작업 현장까지 찾아 메시지를 내는 등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21일 요새화 현장 시찰 후 대남 확성기를 이달 중 가동하겠다고 밝혔다가 22일에는 '수일 내 대기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표현을 바꾸는 등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에서는 이런 반응을 최근 접경지역 상황에 북한이 그만큼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과의 직접 군사회담이 아닌 유엔사가 전면에 나서는 방식일 경우 대화 성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 연구원은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 공사 지연에 대한 조바심이 있어 보인다"며 "유엔사가 북한과 MDL 월선 등에 따른 긴장 완화를 위한 양자 접촉에 나서고, 별도로 한국과 협의하며 양측을 연결한다면 한국이 제안하는 것보다는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뒤 전격적으로 대화가 성사된 전례도 있다.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이후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등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남북은 긴급 고위 당국자 접촉을 통해 나흘간 협상을 통해 '8·25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DMZ 상황 관련 입장 발표하는 김홍철 국방정책실장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DMZ 상황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6.10.23 dwise@yna.co.kr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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