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그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납하게 한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1심이 뒤집히면서 오 시장은 시장직 상실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후원자 김한정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핵심 쟁점에 대한 유일한 직접 증거는 명태균의 진술인데, 진술이 전반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정황과 배치되는 부분도 다수 있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씨가 2021년 2월 이후 오 시장 쪽과 사이가 나빠진 걸로 보이고 △선거 당선 뒤에도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지 못해 섭섭한 감정을 보이는 점 △수사가 거듭되며 제시되는 증거에 따라 진술이 점차 구체화된 점 등을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근거로 들었다.
특히 오 시장이 2021년 1월 명씨에게 울면서 전화해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말했다는 명씨 진술에 대해서는 1심과 정반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태균 스스로 첫번째 여론조사는 오세훈이 의뢰한 게 아니고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김종인을 위해 실시했다고 진술했다”며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격변 상황에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고 김종인에게 접근해 특정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수단으로 삼으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했다.

비용 대납 의혹에 대해서도 오 시장이 명씨에게 구체적인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씨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세훈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법적인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김한정에게 대놓고 직접 요청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한정이 명태균의 계좌로 부가가치세까지 보낸 점 역시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후원자인 김씨가 명씨 쪽에 수차례 돈을 지급한 사실은 명백하다고 보면서도, “의심만으론 유죄를 인정할 순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총 10차례(공표 3회·비공표 7회)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강철원 전 부시장을 통해 후원자 김씨에게 33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 10건 중 5건, 총 2100만원 상당의 비용 대납 혐의를 인정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 취임·임용이 제한되고, 현직에 있는 경우 직을 잃게 된다.
오 시장은 이날 무죄 선고로 시장직 상실 위기에서 우선 벗어났다. 오 시장은 선고 직후 “완벽하게 공직 생활을 해야 하는데 송구스러웠다. 앞으로는 좀 더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결백을 믿어주시고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해 주신 서울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어서 상고를 해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상고의 뜻을 밝혔다.
이 사건은 김건희 특검법의 신속재판 규정이 적용돼 이르면 내년 1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