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이 발견된 프로그래밍 언어 ‘피에이치피’(PHP) 사태와 관련해 정부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국회 지적이 나왔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발생한 피에이치피 취약점을 피에이치피 개발팀이 공식 발표 직후 인지했다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답변을 두고 “우리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주장하면서 세계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 그저께 인지를 했다는 부분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선 이 문제가 해결할 때까지 (웹 서비스 등을) 오프라인 전환하라고 했고 심지어 중국마저도 보안경고를 발표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 조치는 (민간분야 사이버위기 경보단계를)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이는 각 기관이 알아서 잘 처리하라는 것”이라며 “여러 국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안인데 대처 방식이 너무 안일하고 느리다”고 비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인공지능 디지털 강국이면 사전에 패치 전 공백기부터 이 움직임을 파악했어야 한다”며 “우리는 기계적으로 ‘패치가 있다’고 전달만 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직접 엑스(X·옛 트위터)에 관련 위험성을 알린 사실을 언급하며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들도 적극적으로 경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서도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이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의 시스템에서 피에이치피 사용 현황과 보안 패치 완료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자 “경보를 발령했느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취약한 공공시스템을 실제로 얼마나 신속하게 파악하고 보호했는가”라며 “정부와 논의해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에치피 개발팀은 21일 밤(한국시각) 피에이치피에서 인증 절차 없이 서버에 악성 코드를 실행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 2건이 발견됐다고 공개하면서 보안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피에이치피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누리집 등 다양한 웹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취약점 공개 직후 보안 업데이트를 즉시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전날 낮 12시부터 민간분야 사이버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주의 경보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침해대응 인력을 증원하고, 비상출동조를 상시 대기하는 단계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구글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에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문제를 물어본 뒤 답변을 공유한 것을 두고 여야 공방이 오갔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 운영 과정의 민감한 정보가 외부 서비스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통령이나 청와대 수석들이 업무 관련 비밀등급이 있는 것을 인공지능에 입력했다면 누가 책임지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경훈 부총리는 “이미 대통령이 (중수청장 배석이 문제 없다는) 언급을 했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국무회의 방식에 대한 의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국무위원들이 국민에게 공개할 수 없는 민감한 정보를 외부 인공지능 서비스에 입력해 유출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 (여부) 질문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등 공개된 법령을 해석을 물어본 건데 그게 비밀인가”라며 “전혀 비밀이 아닌데 보안 위반 주장이 가능하냐”고 반박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인공지능의 사회적 편향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공지능 모델에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의 존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앞서 한겨레는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연구팀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한 형태로 현실 세계를 재현할 경우 기존의 사회적 차별과 편향을 심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배 부총리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 부분에서 놓치거나 소홀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인공지능 윤리원칙 등 가이드라인을 통해 편향성을 최소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