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친일파 글씨 셀프 출품’ 유홍준 전 관장 등 집중 감사한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글씨 소장품을 독립지사 작품으로 소개하며 전시에 추천·출품했다가 친일파 글씨로 판명돼 부실 검증 파문을 일으킨 유홍준 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박물관 관계자들에 대해 상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집중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2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를 받고 “오랫동안 쌓아온 박물관의 명예와 국민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감사를 통해서 신뢰를 다시 찾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체부는 (유 전 관장의) 직권 유용만 감사하지 않고 문제가 된 전시품 관리·검증 등 모든 절차에 대해서 다 감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 의원은 “박물관이 지난 19일 국감에서 지적을 받고 문체부에 감사요청서를 내면서 유 전 관장 배우자가 기증한 ‘돌 호랑이’의 기증 절차와 카페 신규 운영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사안만 대상으로 올리고 유 전 관장의 소장품 출품·전시 과정을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관장 개인 소장품이 전시되는 과정의 적정성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하고, 국공립 박물관·미술관 종사자의 이해충돌 방지 규정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물관은 지난 7월 시작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밥 한그릇도 나라의 은혜)이라고 쓴 유 전 관장의 글씨 소장품을 내보였으나, 그의 소장품이란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유 전 관장은 당시 언론설명회에서 “임진왜란 최초의 승려 출신 의병장 영규 대사가 말한 내용을 일제강점기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옮긴 것”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막 한달여 만에 작품의 낙관에 쓴 인명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작품을 내렸고, 전문가들의 추가 검증 결과 실제 박중양 글씨로 판명돼 유 전 관장은 두차례 공개 사과했다.

박물관 쪽은 국정감사 직전에 글씨가 유 전 관장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의원들에게 알렸고, 이 작품이 경매에서 5만원에 낙찰받은 경위도 잇따라 알려졌다. 소장품을 전시에 스스로 추천·출품하고도 알리지 않은 유 전 관장의 행보에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유 전 관장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저의 중대한 불찰”이라며 다시 사과했고,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대통령 재가를 받아 22일 열린 이임식을 끝으로 박물관을 떠났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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